‘밑지는 장사’ 이유로 거부 땐
수도권 폐비닐ㆍ스티로폼 대란 지속
선별업체 일부 “조건부 수거” 고수
완전 정상화까진 진통 불가피
“오늘(3일)이 원래 수거업체가 가져가는 날인데 안 가져간다고 해서 새벽부터 환경미화원 24명이 2300여 세대가 배출한 폐비닐, 플라스틱 등을 직접 마대 자루로 옮겼어요. 일단 내일 시에서 위탁한 업체가 가져간다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네요.” (경기 수원시 영통구 H아파트 관리사무소장)
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 문제가 커진 뒤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며 환경부 등 관계 부처를 질책했지만, 수도권 폐비닐ㆍ스티로폼 수거 거부 사태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재활용품 2차 처리업체(회수ㆍ선별업체)들로부터 ‘정상 수거’를 약속 받았다지만, 공동주택의 재활용품을 수거해 이들 회수ㆍ선별업체에 넘기는 수거업체들에 대해서는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을 못하는 실정이다. 수거업체들이 ‘밑지는 장사’를 이유로 수거를 거부한다면 대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회수ㆍ선별업체 일부도 ‘조건부 수거’를 내걸고 있어 완전 정상화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3일 환경부는 수도권의 48개 회수ㆍ선별업체 가운데 7곳이 여전히 “깨끗한 폐비닐류만 받겠다”는 조건부 수거 입장을 고수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48개 업체 전체가 정상적인 수거에 동의 했다고 밝혔다가 업체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현황 파악을 다시 해 입장을 수정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7개 업체에 대해서도 기존과 같이 가능한 모든 재활용품을 취급하도록 설득 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재활용품 처리는 아파트 주민 등이 배출한 폐 종이ㆍ의류ㆍ플라스틱 등의 재활용가능자원을 개별적으로 계약한 민간 수거업체가 수거하는 데서 시작한다. 대개 종이ㆍ의류 재활용업을 겸하는 수거업체는 폐비닐류 자원이 쓸모가 없지만 일괄 처분을 원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등과의 계약에 따라 전량 수거 후 회수ㆍ선별 업체에 폐비닐류 등을 다시 보내게 된다. 수거업체는 폐지 등의 가격이 오르고 운반 비용이 적을 수록, 회수ㆍ선별업체는 비닐류 가격이 오르고 선별 비용이 줄수록 이익이 높아지는 구조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회수ㆍ선별업체에게만 ‘정상 수거’를 설득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수거업체들이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서부의 D수거업체 박모 이사는 “집게차 운영비ㆍ인건비만 한달에 500만원 안팎이 드는데 폐 비닐류를 선별업체에 운송해 주는 것도 모자라 가격이 급락했다는 이유로 웃돈을 얹어 줘야 받아 주는 상황”이라며 “폐비닐 등을 수거할수록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되는데 환경부는 선별업체에 대한 대책만 내놨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별업체가 환경부의 말을 듣고 다시 받기로 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우리도 깨끗한 비닐류는 받겠다고 했지만 보통 수천세대가 넘는 아파트에서 오염물질 없이 제대로 배출할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수거업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별 아파트와 계약을 한 수거업체가 워낙 다양하고 정확한 숫자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많다”며 “일단 대표성이 있는 곳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깨끗한 폐비닐류만 고집하는 회수ㆍ선별업체들을 아직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한 점도 잠재된 불안 요인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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