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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잠가도… 보안관 순찰 돌 때 침입하면 속수무책

입력
2018.04.04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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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 등ㆍ하교 때 외엔 1명뿐

자리 비우는 시간엔 뻥 뚫려

인원 확대 등 대책 필요 목소리

대부분 학교, 대낮 인질극 충격에

신분증 확인 등 출입 관리 강화

일부는 정문서 아무도 제지 안 해

전날 교내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던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앞에서 3일 오전 한 학생이 아빠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교내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던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앞에서 3일 오전 한 학생이 아빠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낮 도심에서 벌어진 ‘방배초등학교 인질극’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3일, 대부분 학교는 철저한 신분증 확인, 출입기록 작성 요구 등 관리를 이중삼중 강화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는 인질범 또래 젊은 남성이 마음만 먹으면 교내 진입이 가능할 정도로 보안이 허술했다.

전날 인질극은 “학교 졸업생”이라는 말에 기본적인 신분 확인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출입을 허용한 게 빌미가 됐다. 출입 전 신분 확인을 했더라도 인질범 양모(25)씨가 실제 졸업생인 걸로 확인된 걸 감안하면 교내 진입은 가능했겠지만, 적어도 심리적 위축 효과는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대범한 범죄 행각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학교보안관이 소지품검사를 했더라면 양씨가 흉기를 든 채 학교에 들어가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날 양씨 구속영장을 신청한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양씨는 “‘학교로 들어가서 학생을 잡아 세상과 투쟁하라’는 환청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신청한 ‘군 복무 중 가혹행위로 발생한 뇌전증 등에 대한 보훈 보상’을 거부하는 국가보훈처 통지서가 사건 당일 온 걸 보고 환청을 들었다는 것이다. 양씨의 상태 등을 미뤄 학교 출입 수칙을 지켰더라도 범행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란 회의론이 들리지만, 안전엔 예외가 없고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느슨해진 인식의 고삐를 당길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본보가 이날 서울 시내 초등학교를 둘러본 결과, 대부분 학교는 다행히 인질극을 계기로 자체 보안과 경계를 강화하는 분위기였다. 서대문구 A초등학교는 정문이 활짝 열리긴 했지만 키 175㎝가 넘는 30대 남성인 기자가 들어서자 손을 내밀고 불러 세우며 신분증 제시는 물론 직업, 연락처, 방문 목적 등을 출입기록란에 적도록 했다. 종로구 B초등학교는 등ㆍ하교시간을 제외하곤 후문은 물론 정문까지 걸어 잠갔다.

그러나 학교보안관이 주변 순찰을 돌거나 자리를 비운 사이엔 정문이 ‘뻥 뚫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학교도 있었다. 등교 하교 때(2명)를 제외하곤 상주 보안관이 1명인 탓이다. 이날 오전 11시20분쯤 마포구 C초등학교는 건장한 20대 남성인 기자가 정문으로 진입했는데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정문에는 출입을 감시할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당시 운동장에서는 체육수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마음만 먹으면 방배초등학교 인질범처럼 학생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시내 또 다른 초등학교의 경우 정문으로 무난히 진입했으나, 이후 운동장에서 순찰 중인 보안관과 마주쳐 퇴장 조치를 당했다. 해당 보안관은 “학교 주변에 문제가 없는지 순찰을 도는 것도 임무이기 때문에 정문 보안관실에 마냥 앉아있을 수는 없다”고 정문을 지키지 못한 부분을 해명했다.

보안관이 다른 방문객에 집중하는 사이, 정문이 외부인에게 무장해제되는 광경도 목격됐다. 전날 사건이 벌어진 방배초등학교마저도 이날 오전 내부로 진입하려는 배달용 오토바이에 보안관이 집중하는 동안 정문은 외부인 진입이 충분히 가능한 무방비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보안관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추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보안관 1인이 전담하는 현 시스템 하에서는 방배초등학교 인질극 같은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라며 “예산을 늘려 최소 보안관 두 명이 한 조를 이뤄야 하고 흉기를 감지할 수 있는 금속탐지기 도입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당국은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교 보안 강화 방안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학교 방문 사전예약제 등을 조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문 사전예약제는 미리 학교 측과 방문을 협의한 경우에 한해 교내 출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일부 학부모는 “긴급하게 아이를 만나는 것도 안 되냐”라며 제도 시행도 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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