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잡 기업으로 몰며 공세
“물건 배송하는데 우정사업 손실”
WP 소유한 베이조스 겨냥한 듯
50억달러규모 제2본사 추진하자
뉴저지ㆍ메릴랜드 등은 감세 제안
일자리 창출 ‘시애틀 효과’ 노려
미국 정치권에서 혁신 기업의 상징인 아마존에 대한 애증이 극도로 교차하고 있다. 최고 권력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을 세금을 뜯어먹는 ‘협잡 기업’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미 전역의 대도시들은 아마존 ‘제2 본사’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아마존에 집착하고 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공격하는 것과 관련, “고객 정보를 유출한 페이스북에는 침묵하면서 아마존 꽁무니만 쫓고 있다”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 물건을 배송하느라 미국 우정사업국 손해가 막심하다. 아마존 물건을 배달할 때마다 평균 1.5달러 손해를 본다’고 공격했다. 대통령이 곧 아마존을 겨냥한 규제를 내놓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아마존 주가는 2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5.2% 떨어지는 등 최근 일주일 새 15%가 빠졌다.
하지만 각 지방 정부의 태도는 전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텍사스의 댈러스 등 미 중서부 대도시도 아마존에 열광하고 있다. 아마존이 공모한 ‘제2 본사’ 후보지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이 20곳으로 추린 후보지 중 시카고, 댈러스, 인디애나폴리스, 워싱턴DC 등은 아마존 실사단을 극진히 대우하고 있다. WSJ는 “후보 도시들은 48시간 실사 여행 코스를 완벽히 짜기 위해 아마존을 철저히 분석하는 등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일부 도시들은 아마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재정적인 인센티브 제안에도 망설임이 없다. 뉴저지와 뉴와크는 아마존에 70억달러 상당의 세금 감면을,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 카운티는 50억 달러의 세금 감면을 제안한 상태다.
각 도시들은 2010년 아마존 본사가 들어선 시애틀이 이후 380억달러 규모의 직간접 투자, 본사 인원 4만명 고용, 부차적 일자리 5만3,000개 창출이 이뤄진 ‘아마존 효과’가 재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제2 본사가 기존 시애틀 본사와 동등한 수준인 50억 달러 규모 시설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언론들은 아마존이 제2 본사 공모 과정에서 트럼프의 위협이 무색할 만큼 많은 소득을 얻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뭘까.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가 트럼프 행정부에 적대적인 워싱턴포스트(WP)의 회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마존을 세운 뒤 끊임없는 혁신으로 부를 모은 베이조스는 경영난에 빠진 WP를 인수한 뒤, 이 신문의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베이조스의 지원으로 안정을 찾은 WP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직후인 지난해 2월 ‘민주주의가 암흑 속에서 죽다’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트럼프 정권에 날 선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공격에 대부분 미국 언론이 WP를 옹호하고 있다. WP의 경쟁지인 뉴욕타임스(NYT)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WP는 아마존의 로비스트’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NYT는 “편집국 내에 단 1페니도 아마존 급여를 받는 사람은 없다”는 마틴 배런 WP 편집국장의 말을 직접 소개했다. 보수성향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아마존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대통령 주장과 관련, 오프라인까지 합친 아마존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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