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입학 후 한 주 만에 자퇴한 신입생의 학생회비 반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학 측도 자퇴 신입생에게 등록금의 6분의 5를 반환했으나 해당 학부 학생회가 회칙을 이유로 학생회비 반환불가를 통보하면서 그들 만의 회칙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경북대 A학부 학생회에 따르면 올해 이 학부 입학 후 1주일 후 자퇴한 신입생의 학생회비 20여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학생회 측은 “원칙상 반환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학부 측도 “학생회에서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학부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이 신입생은 지난달 초 대학 측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대학은 당일 자퇴 처리를 한 후 ‘개강일로부터 30일 이내 자퇴 시 학생이 낸 등록금의 6분의 5를 환불한다’는 규정에 따라 돌려줬다. 하지만 A학부 학생회 측은 ‘과(학부) 생활의 의사를 밝히고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 중 자퇴, 전과 및 과 생활을 포기한 학생은 학생회비를 반납 받을 수 없다’는 학생회칙 조항을 근거로 반환을 거부했다. 학생회 측은 “등록금과 학생회비는 각각 관리 주체가 다르고, 경북대 학칙과 A학부 학칙도 별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퇴생 측은 “해당 학부에서 개강 1주일 만에 자퇴했는데도 자신들 만의 회칙을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학생회는 대학 측을 상대로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지만 정작 학생 개개인에 대해서는 회칙을 핑계로 권위적이고도 학생답지 않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대학 측보다 더 불리한 잣대를 학생에 제시하는 학생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학생 측의 항의가 이어지자 학생회 측은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5일 임시총회를 열어 학생회비 반환 및 A학부 학칙 개정 등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 학생회 측은 “운영위원 및 학교 관계자 회의와 합의를 거쳐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회비 미납자에 대한 학부 측의 제재는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A학부는 학생회칙을 통해 회비 미납자는 ▦사물함 및 과방 사용 금지 ▦모든 과 행사 참여 불가능 ▦학생회가 지원하는 모든 모임 및 MT 참여 불가능 조항을 못 박고 있다.
학생회비는 과와 학부 별로 금액도 천차만별인데다 강제징수 성격도 짙어 신학기 대학가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고 있다.
한편 이 대학 대부분 학과와 학부 학생회는 회비 반환거부 항목을 회칙에 명문화하지 않고 있어 A학부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북대 한 학생은 “A학부 등 특정 학과 학생회가 약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회칙을 힘 없는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갑질’ 문화의 하나”라며 “학생 측의 문제 제기로 임시총회도 연다고 하니 전화위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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