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 등 공화당 텃밭 지역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세력화 조짐
미국 일부 주들의 공립학교 교사들이 학교 대신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웨스트버지니아주 교사들이 9일간 파업을 벌여 5% 임금 인상을 얻어낸 데 이어 오클라호마주와 켄터키주 교사들도 파업에 돌입했다. 교사들의 시위는 지속적인 감세 정책으로 교육 예산이 줄어든 공화당 텃밭 주에서 벌어져 11월 중간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시티 주 의사당 앞에서 수 천명의 교사들이 임금 인상과 교육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로 인해 주 전체 500개 학구 중 약 200개 학구가 문을 닫았다.
전미교육협회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지역 교사들의 2016년 평균 연봉은 4만5,276달러로 50개주 중 49번째로 적다. 미국 교사들의 연봉은 주별로 차이가 커 1위인 뉴욕의 경우 7만9,152달러이며 두 번째로 연봉이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7만 7,179 달러다. 오클라호마의 경우 지난 10년간 교사 임금이 제 자리를 맴돌았다.
주 의회는 부랴부랴 지난주 석유 등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고 담배세를 새로 부과하는 등의 세입안으로 교사 연봉을 6,000달러 증액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8년 만에 처음으로 증세를 한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육 예산 감축으로 공교육이 붕괴했다며 교육예산 증액과 연봉 1만 달러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켄터키주에서도 수 천명의 교사들이 주 의사당으로 몰려 가 20개 이상 학구가 문을 닫았다. 켄터키 지역 교사들의 평균 연봉은 5만2,135달러로 미 전체로는 중위권에 속하지만 주 의회가 지난주 교사 연금 개편 법안을 통과시킨 게 발단이었다.
애리조나주 교사들도 봄 방학 기간인 지난달 28일 주 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가진 데 이어 조만간 파업에 돌입한 태세다. 애리조나주 역시 연봉이 4만7,218 달러로 43번째로 적다.
이들 지역 모두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서 공화당의 감세 정책으로 수년간 교육 예산은 삭감되고 교사 임금은 정체돼 왔다. 오랫동안 누적된 교사들의 불만을 일깨운 것은 지난달 벌어진 웨스트버지니아 주 교사들의 파업이었다. 열악한 환경의 다른 지역 교사들도 자극을 받아 허약한 노조 조직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으로 규합된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같은 열기로 인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교사들이 정치 세력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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