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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 보호법 약화 안된다” 인도 달리트 계층 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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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 보호법 약화 안된다” 인도 달리트 계층 시위 격화

입력
2018.04.03 16:5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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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보호법 남용 우려” 결정에

지위 불안해진 주민들 항의 집회

경찰ㆍ시위대 충돌… 최소 10명 사망

3일 인도 파리다바드에서 달리트 계층에 속하는 주민들이 거리에서 대법원 결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다바드=신화 연합뉴스
3일 인도 파리다바드에서 달리트 계층에 속하는 주민들이 거리에서 대법원 결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다바드=신화 연합뉴스

“카스트제도에 속한 몇몇 부족들이 ‘달리트’(카스트제도에 속하지 못하는 인도 내 최하위 계층)를 모욕하는 단어를 쓰면서 나를 조롱하고, 때리겠다고 협박했다. ‘달리트 보호법’은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카스트 제도의 영향력이 여전한 인도에서 ‘달리트’로 태어나 비인간적 대접을 받아온 뉴델리의 요지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지타는 다른 달리트 소속 주민들과 함께 이날 내내 달리트 보호법을 완화한 인도 대법원 결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뉴델리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 전역에서 벌어졌다. 요지타는 “대법원 결정으로 사회적으로 차별 받고 있는 우리들의 지위가 더욱 불안해졌다”고 주장했다.

인도 대법원은 지난달 20일 달리트에 대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달리트 보호법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폭력 행위 발생 시 사건을 자동 등록하고 가해자를 즉각적으로 체포하는 내용의 조항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관련 사건 가운데 15~16%(2015년 기준)가 개인적 원한 등 법의 취지와는 관계 없는 것이었다는 게 이유다. 법원은 “서면 허가를 받지 않은 그 어떤 체포도 허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당국자들이 폭력 행위에 눈 감는 것을 부추기고, 하위 계급에 대한 폭력을 증가시킬 것이란 우려를 낳으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달리트 보호법 개정에 따른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CNN 등은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발생해 지금까지 최소 1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연방정부가 대법원 결정에 재심을 청구했다며 시위 자제를 촉구했지만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인도에는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이나 귀족), 바이샤(상인), 수드라(천민) 등으로 구성된 카스트제도가 있는데, 달리트는 수드라에도 속하지 않은 계급을 일컫는다. 달리트 계층에 대한 인도 정부의 공식 호칭이 ‘예정 카스트(scheduled caste)’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닿기만 해도 부정을 탄다는 인식 탓에 불가촉천민으로 취급돼 왔다.

BBC는 “달리트는 상위 계급과 같은 사원과 학교에 다닐 수 없으며, 같은 컵으로 물을 마시는 것도 안 된다”며 “카스트 질서가 엄존하는 인도 전통사회에서는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폭력의 희생자가 돼 왔다”고 설명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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