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선 SK에너지 1억5200만원 1위
은행ㆍ금융지주 남녀 임금차 4300만원
중간간부 이상 직급서 여성 소외
일반기업도 남녀 2900만원 차이
KBㆍ신한ㆍ하나ㆍNH농협 등 4대 금융지주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 이처럼 고액 연봉자가 수두룩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권이지만 여성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고액 임금이 집중된 고위직에 여성이 진입하지 못하는 ‘유리천장’ 현상 때문이란 분석이다.
3일 은행ㆍ금융지주 8곳, 보험사 16곳, 카드사 7곳 등 금융회사 31개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KB금융지주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이 1억2,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순이익 3조원을 돌파하면서 ‘1등 금융그룹’으로 올라선 덕분에 지주사와 계열사들이 전체적으로 연봉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주사 연봉은 전년보다 15.5% 올랐고, KB손해보험(20.3%), 국민카드(9.9%), 국민은행(9.6%) 등도 10~15% 상승률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1억1,600만원), 재보험사인 코리안리(1억1,300만원)가 KB금융지주의 뒤를 이었고, 신한카드(1억900만원), 신한금융지주(1억500만원), NH농협금융지주ㆍ삼성카드(1억100만원), KB국민카드(1억원) 등도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대였다. 삼성화재ㆍ하나은행(9,200만원)도 연봉 10위권 안에 들었다. 4대 금융지주가 상위 5위 내 포진하면서 강세를 보였고, 업권별로도 은행ㆍ금융지주 평균 연봉이 1억1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카드사(7곳)와 보험사(16곳)는 평균 연봉이 각각 8,800만원, 8,200만원이었다.
금융권의 고액 연봉은 남성이 견인했다. 조사 대상 31개사 가운데 20개사(64.5%)에서 남성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돌파했다. 반면 여성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가령 은행ㆍ금융지주사는 남성 평균임금이 1억1,600만원이었지만 여성은 7,300만원에 머물러 격차가 4,300만원이나 됐다. 보험업(4,000만원)과 카드업(3,700만원)에서도 남녀 임금 격차는 컸다. 성별 연봉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삼성화재로, 남성이 5,800만원이나 많이 받았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금융권 성별 임금 격차의 요인에 대해 “대고객 창구엔 여성을 많이 배치하고 외화 매매 등 돈이 도는 업무에 남성을 주로 배치하다 보니 같은 직급이라도 남성이 성과를 올리기에 유리하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여성이 육아휴직 등에 따른 경력 단절로 승진이 남자 동기보다 늦어 연봉이 높은 중간 간부 이상 직급에서 남성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민ㆍ신한ㆍ하나ㆍ농협ㆍ우리 등 5대 시중은행의 임원 130명 가운데 여성은 6명(4%)에 불과하다.
금융사를 제외한 매출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 가운데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자회사 SK에너지(1억5,200만원)가 차지했다. 작년보다 15%(2,000만원) 늘어난 액수다. 이날 구인구직 업체 사람인에 따르면, SK에너지에 이어 에쓰오일(1억2,000만원), 삼성전자(1억1,700만원), SK이노베이션(1억1,100만원), GS칼텍스(1억800만원), SK텔레콤(1억600만원), LG상사(1억원) 등이 억대 연봉을 기록했고, 기아차(9,300만원), 현대차(9,200만원), 삼성생명(9,100만원), LG화학ㆍ삼성물산(9,000만원) 등도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30대 기업의 평균 연봉은 8,300만원이었다.
남녀 임금격차는 일반 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람인이 지난해 남녀 임직원 평균 연봉을 분리 공시한 기업 20개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 남성 직원은 평균 9,000만원, 여성은 6,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한 해 2,900만원, 매달 242만원 가량을 더 받은 셈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성의 경력단절은 불가피하고, 장기근속, 승진 등에서 계속 남성과 차이가 커져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