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코리아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레인지로버 벨라’는 지난달 열린 뉴욕모터쇼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운전하기 위해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자 문에 숨어있던 손잡이(자동전개식 플래시 도어핸들)가 운전자에게 악수를 청하듯 튀어나오며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자동차 시승기를 오래 써온 공력으로 비교와 비교를 거듭, 최적의 차를 구매했다는 자부심이 컸던 기자였지만 벨라 옆에 주차해놓고 견줘보니 “차가 오징어로 변했다”라는 소리가 주위에서 들린다. “차 가격이 3배 넘게 차이가 난다”고 항변해보지만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 고양시 킨텍스까지 벨라를 시승해봤다. 우선 벨라 외관의 최대 특징은 최적화된 비율을 바탕으로 한 유려한 실루엣 속에 다양한 첨단기술들을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랜드로버 브랜드 최초로 선보인 매트릭스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는 전체적으로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남긴다. 동시에 자동전개식 플래시 도어핸들은 운전자에게 디자인적 재미를 주면서도, 고속주행 시 차가 받는 공기저항을 크게 낮추는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랜드로버의 랄프 스페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뉴욕모터쇼에서 “레인지로버 벨라는 현대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기술,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차 운전석에 앉으니 10.2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 2개가 센터패시아 위아래로 탑재(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돼 시선을 사로잡는다. 태블릿 PC를 위아래 두 개로 붙여놓은 느낌인데 고화질인 데다 시각정보가 정교하게 표시돼 기능들이 쉽게 구별이 됐다. 특히 기존 차에 탑재된 터치스크린의 경우 운전 중에 조작할 경우 전방 부주의에 따른 사고 위험으로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벨라의 경우 음량과 냉ㆍ난방 조절, 운전모드 변경 등은 다이얼이나 버튼 식이어서 전방을 주시한 채 조작할 수 있어 이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차의 주행능력은 물론 압도적이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았는데도 차에서 굉음이 쏟아졌다. 주변 차들이 가속페달을 천천히 밝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벨라는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1㎏ㆍm이다. 배기량 1,999㏄의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엔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육중한 몸(2,160㎏)을 갖고도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6.5초에 불과하다. 핸들을 급하게 꺾어도 덩치 큰 차가 운전자의 시선을 따라 물 흐르듯이 움직인다. 공인연비는 ℓ당 12.8㎞로 괜찮은 편이다.
다만 1억원을 넘나드는 가격은 부담스럽다. 벨라의 트림별 국내가격은 9,850만원(D240 S)~1억2,620만원(D300 R-Dynamic HSE)이다. 누군들 벨라를 타고 싶지 않겠냐 만은 여전히 누구나 탈 수는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벨라를 선호하는 국내 고객층이 중ㆍ장년층에서 30대의 젊은 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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