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왼쪽)-박인비./사진=세마스포츠마케팅, 한국스포츠경제DB.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 역사상 길이 남을 명승부가 펼쳐졌다. 박인비(30ㆍKB금융)와 페르닐라 린드베리(32ㆍ스웨덴)가 대결의 주인공들이었다.
박인비는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ㆍ6,76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80만 달러) 최종일 연장전에서 린드베리에게 패했다.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박인비는 전날 린드베리, 재미동포 제니퍼 송(29ㆍ신한금융그룹)과 연장전에 돌입해 승부를 벌였다. 4차 연장 이후 일몰로 경기가 순연됐고 하루 뒤인 이날 린드베리와 8차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아쉽게 졌다.
10번홀(파4)에서 열린 8차 연장 세 번째 샷에서 린드베리는 버디 퍼트를 했지만, 박인비는 퍼트가 홀컵 왼쪽으로 비켜가며 아쉬움을 남겼다. 2013년 이 대회 우승자였던 박인비는 2015년 8월 브리티시 여자오픈 이후 2년 8개월 만에 ‘메이저 퀸’ 등극에 도전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투어 통산 20승, 메이저 8승, 시즌 2승째를 수확할 수 있었다. 반면 린드베리는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일궈냈다. 42만 달러(약 4억4,000만 원)라는 거액의 우승 상금도 손에 쥐었다.
이번 연장 승부는 20년 전 US여자오픈에서의 혈투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ANA 인스퍼레이션과 US여자오픈은 LPGA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다.
1998년 US여자오픈은 LPGA 역사상 가장 길었던 연장 승부였다. 박세리(41)와 제니 추아시리폰(41ㆍ미국)은 18홀 연장전을 벌인 뒤 추가로 2홀 서든데스 연장전을 펼치는 등 총 20홀 연장 승부에 임했다.
박세리의 ‘맨발 샷’이 나온 대회이기도 하다. 연장 18번홀에서 티샷이 연못에 빠지자 박세리는 골프화와 양말을 벗고 연못가 비탈진 러프에서 샷을 시도했다. 햇볕에 그을린 종아리와 대비된 하얀 발을 중계를 통해 지켜보던 당시 시청자들은 21세 소녀의 고된 야외 훈련 흔적에 놀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맨발 샷’을 통한 극적인 우승은 당시 외환위기 속 국민의 시름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서든데스 방식으로 제한하면 1972년 코퍼스 크리스티 키비탄 오픈에서 10홀 승부가 벌어진 것이 최장 기록이었다. 당시 조 앤 프렌티스(85)는 샌드라 파머(75), 캐시 위트워스(79ㆍ이상 미국)를 연장 10번째 홀에서 제치고 우승했다. 2012년에는 신지애(30)가 LPGA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폴라 크리머(32ㆍ미국)와 이틀에 걸쳐 9홀까지 가는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섰다.
이번 ANA 인스퍼레이션은 3명이 함께 연장 승부를 시작해 치열함을 더했다. 1983년 이 대회가 메이저대회로 승격된 이후 3명이 함께 연장전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20년 전 박세리의 메이저대회 연장전 우승을 재현하진 못했지만, 박인비는 이번 대회 성과를 스스로 높이 평가했다. 박인비는 경기 후 "기회가 있었지만 퍼트가 짧았고 실수가 있었다"면서도 "이번 주 경기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지 언론은 대회 결과를 대이변으로 봤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이날 린드베리가 박인비를 꺾은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는(improbable) 일이 일어났다”고 표현했다. 박인비가 못해서 졌다기보다는 린드베리가 잘 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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