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행장 등 개입 정황도…김 회장은 “지원자 누군지 모른다”
청탁이 아닌 특혜채용은 16명…남성ㆍ특정대학 합격 위해 조작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한 2013년 채용절차 특별 검사에서 32건의 비리 의혹을 찾아내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이중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등으로 추정되는 전ㆍ현직 임원은 물론 국회, 청와대, 금감원까지 개입한 정황도 포함됐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2일 이러한 내용의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잠정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최흥식 전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곧바로 특별검사단을 꾸려 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결과 2013년 신입행원 채용 때 1만8,772명의 지원자 중 229명이 최종 합격했는데 이중 32명이 특혜 채용됐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32명 가운데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은 16명이었다. 애초 합격권에 들지 못했지만 각 전형에서 특혜를 받아 합격 문턱을 넘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추천인엔 김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사도 있었다.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 김모씨의 추천을 받은 A씨는 합숙면접 점수가 태도불량 등으로 0점을 받아 합격기준을 크게 밑돌았지만 최종 합격했다. 이 지원자의 경우 서류전형 때부터 ‘최종합격’이라고 표기돼 있었고, 추천인 이름 옆엔 ‘(회)’라는 단어가 별도로 적혀 있었다. 금감원은 당시 인사담당 부장에게서 회장실로 추정된다는 답을 듣긴 했지만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금감원 검사역에게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당시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였던 함 행장은 지방자치단체 비서실장 자녀를 추천한 의심을 받게 됐다. 함 행장의 추천을 받은 이는 합숙 면점 점수가 합격권을 밑돌았지만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함 행장 역시 “그런 사실이 없다”고 금감원에 답했다. 추천자가 ‘짱’으로 표시된 지원자 6명 중 4명이 합격했는데, ‘짱’은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행장은 타 금융지주 임원의 부탁으로 모 은행 직원 자녀 2명을 추천했다고 인정했다. 최 전 원장의 추천을 받은 이는 서류점수(418점)가 합격기준(419점)에 1점 못 미쳤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합격했다. 이 밖에도 추천 내용에 ‘국회정무실’, ‘청와대 감사관 조카’, ‘금감원’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있었다. 국회와 청와대 청탁을 받은 지원자는 합격했고, ‘금감원’ 표기 지원자는 떨어졌다.
특혜 채용된 나머지 16명은 최종면접에서 남성 특혜합격(2명)과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순위 조작(14명)된 사례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연초 업무보고에서 채용비리에 연루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선 해당 금융사 이사회를 통해 해임까지 건의하는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추후 검찰 수사 결과 명백한 채용비리로 드러날 경우 인사 후폭풍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특별검사 단장을 맡은 최성일 부원장보는 “검찰수사 결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지원자는 물론 지원자 부모도 모른다고 답했다“며 “함 행장건도 함 행장은 관여하지 않았고 해당 시청에 입점한 지점장의 추천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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