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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수사, 경찰ㆍ검찰 거치며 ‘용두사미 결론’

입력
2018.04.03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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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ㆍ술접대” 강요 여배우 자살하며

언론ㆍ금융계 인사 등 리스트 남겨

20여명 조사 불구 유력인사 전원 불기소

수사 과정서 ‘강요 부분’ 다 삭제

외압 의한 축소ㆍ은폐 의혹만 남아

2009년 탤런트 고 장자연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건의 내막이 9년여 만에 드러날까. 경찰과 검찰이 유력인사 연루를 덮었다는 의혹이 긴 세월 앙금으로 남아 있다가 최근 ‘미투’ 운동 여파로 인한 국민 20만여명의 재조사 촉구, 이에 못 이긴 경찰의 재수사 검토 표명 등이 어우러져 ‘장자연 리스트’ 사건이 사전조사대상에 올랐다.

과거사위는 장자연 사건을 두고 ‘검찰 관련 인권침해 또는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란 한 줄짜리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유명 일간지 사장 등 유력인사들의 성 상납과 술접대 의혹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 못했고, 검찰이 축소ㆍ은폐했는지를 다시금 따져보자며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넘긴 것이다.

위계ㆍ권력형 추문으로 각인된 이 사건은 2009년 3월 7일로 거슬러 간다. 늦깎이 신인 배우 장씨는 그날 밤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안타까운 자살 건 정도로 간주했다. 하지만 장씨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대표 김종승(49)씨 등으로부터 언론사 사장과 언론인, 금융계 인사, 드라마 감독 등에 성상납과 술ㆍ골프 접대 강요를 받았다는 일명 ‘장자연 문건’이 사망 사흘 뒤 보도되면서 파장을 불렀다. 장씨가 사망 일주일 전 과거 매니저 유장호(38)씨 사무실에서 썼고, 유씨는 문건의 존재와 일부 내용을 언론 등에 유포했다.

경찰은 40여일간 수사한 그 해 4월 의혹 대상자 20명 중 9명을 입건(참고인 중지 포함)했다. “술 접대 자리에 3차례 이상 참석한 사람의 경우, 강요죄 공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입건했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문건에 등장한 조선일보 사장과 해당 언론사 고위 임원 아들, 감독 등 6명에 대해선 내사 중지(별도 입건 없이 수사 중지) 내지 내사 종결, 불기소 의견 결론을 냈다. 의혹을 풀 핵심 인물이던 전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가 그 해 6월 일본에서 체포되면서 수사가 재개됐지만 술접대 등 강요 의혹 수사결과는 초라하게 끝났다. 경찰은 그 해 7월 10일 최종결과를 발표, 김씨와 매니저 유씨 외에 금융인과 드라마 감독 등 5명을 강요죄 공범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하는 데 그쳤다.

검찰은 더했다. 그 해 8월 19일 강요 의혹에 연루된 유력인사들을 아무도 기소하지 않고서 종결했다. 검찰은 장씨가 사망했고, 장씨의 자필 문건은 추상적 문구(‘술접대 강요’)여서 구체적 피해 정황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종승씨에게 강요 혐의를 뺀 장씨 폭행 혐의를, 김씨를 장씨 사망의 직접 원인을 제공한 ‘공공의 적’으로 표현한 매니저 유씨에게 명예훼손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을 뿐이었다.

과거사위는 이처럼 장씨에 대한 강요 대목을 다 날린 검찰 결론에 문제가 없는지, 과거 경찰수사 지휘에 부당한 압력을 넣진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문건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 문구 관련 수사에서, 2007년 10월 김씨가 장씨를 당시 스포츠조선 A 사장 등에게 소개한 청담동 중식당 식사자리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마련한 사실 등 알려지지 않은 수사 내용이 최근 언론에 공개된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은 방용훈 사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수사발표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장’ 문구로 의심 받았던 방상훈 사장은 알리바이로 혐의를 벗었다지만, 장씨와 만난 정황이 나타난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대한 수사는 미흡했단 일각의 지적이 있다.

아울러 과거사위 관계자는 “장자연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20만명을 넘은 데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재검토 의사를 밝힌 점도 사전조사 필요의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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