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일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1985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87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PD수첩 사건(2008년) 청와대ㆍ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사건(2010년) 등 8개 사건의 재조사를 의결했다. 본격 재조사는 검사, 변호사, 교수 등이 참여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맡는다.
이 사건들은 대검 진상조사단이 검찰과거사위의 권고에 따라 두 달 동안의 사전조사를 거쳐 재조사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재조사에서 과거 검찰의 인권 침해, 검찰권 오남용, 검찰의 고의적 수사 제외 및 불기소 등의 진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재조사가 성과를 거두려면 검찰의 적극적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검찰은 이번 재조사를 어두웠던 과거사와 단절하고 국민을 위한 검찰로 환골탈태하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과거 검찰은 국민보다 권력 옹위에 급급했다. 검찰은 독재정권 시절 각종 시국ㆍ공안 사건에서 수많은 인권 침해를 저지르며 사건 은폐ㆍ왜곡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적 의혹에도 권력형 비리와 국정 농단에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관련 검찰 간부들은 영전을 거듭하며 권력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 부끄러운 과거사의 청산을 위해 검찰은 사건 수사경위와 전개과정, 수사결론에 대한 모든 것을 철저히 재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진상 규명이 반드시 전ㆍ현직 검사들의 처벌을 전제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재조사 과정에서 심각한 불법 행위나 규정 위반이 발견될 경우 사법 조치나 징계는 불가피하다. 암울한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서는 인적, 제도적 청산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검찰과거사위가 5건의 개별사건에 대한 사전조사를 추가 권고하면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2009년)을 포함시킨 데도 주목한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의 대표적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다. 최근 ‘미투’ 운동에 힘입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참여자가 23만5,000명을 넘길 정도로 국민적 관심도 높다. 장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언론사 사장, 방송사 PD, 재계 인사들에게 성 상납을 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겼다. 하지만 검찰은 거론된 인사들을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문건에 언급된 언론사 사주 가족 때문에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흐지부지됐다. 진상조사단은 철저한 사전조사로 이 사건의 재조사를 이끌어냄으로써 더 이상 권력과 금력이 힘없는 여성을 짓밟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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