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시기 늦은 경북 북부권은 희색
최근 대구 낮 최고기온 평균
평년 대비 5.8도 작년보단 9.4도나 높아
동시다발적으로 폈다가 순식간에 져
최근 이상고온으로 봄 꽃이 만발한 가운데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대구ㆍ경북 유명 관광지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꽃이 일찍 핀 일부 지역은 4, 5일쯤 전국적인 비소식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안동 등 경북 북부권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폭설이 내린 뒤 23일부터 기온이 급상승했다. 지난달 21일 3.3도이던 낮 최고기온은 23일 18.5도로 오른 뒤 4월 2일엔 26.4도까지 치솟았다. 2일 기준 최근 10일간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 평균은 22.94도. 지난해 같은 기간 13.53도보다 9.41도나 높다. 평년(30년 평균) 낮 최고기온과 비교해도 5.78도나 높다. 경주 등 경북지역도 비슷한 추세로 기온이 올랐다.
이처럼 기온이 갑자기 오르면서 벚꽃 등 봄 꽃도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고, 주말을 기점으로 일부 지역에선 벚꽃이 지기 시작했다.
대구 두류공원과 화랑로, 경북대, 계명대 등 벚꽃명소는 지난달 30일부터 지고 있다. 지난 주말 두류공원 망우공원 등엔 꽃놀이를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벚꽃 시즌에 연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경주도 시내권은 지난 주말 절정에 달했다. 개화시기가 5일 가량 늦은 보문단지는 이번 주중에 절정을 보일 전망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경북 안동 등은 이번 주말이 돼야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보다 이른 꽃 소식 속에 4, 5일쯤 전국적으로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에 경주시내 등지의 관광업소는 울상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해마다 날씨가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중에 비가 오면 주말에 벚꽃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절정기를 전후로 3주 정도는 가는데 올해는 한 주로 끝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보문단지도 긴장하고 있다. 시내보다는 낫겠지만 비바람이 불면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인숙(47) 한국대중음악박물관 부관장은 “이번 주말부터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보고 광장에서 페이스페인팅이나 DJ신청곡 받기, 포토존행사 등 이벤트를 2, 3주 정도 하기로 했다”며 “1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접어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안동 경북 북부권은 대구와 경북 남부지역 벚꽃이 다 떨어진 뒤 상춘객들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일부터 10일간 낙동강변 벚꽃길에서 안동봄꽃축제를 열기로 한 안동시는 역대 최고의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로변을 점령했던 야시장 등을 안동체육관과 탈춤공원 마당으로 들여 안전사고를 막기로 했다. 잡상인 없는 벚꽃 길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보문단지는 시내보다 5일 가량 늦게 만개하기 때문에 비가 요란스럽게만 오지 않는다면 나름 평년작은 될 것”이라며 “숨은 벚꽃 명소라고 할 수 있는 암곡마을은 이번 주말부터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김유신장군묘 쪽도 입구는 일찍 피지만 묘소 주변 큰 벚나무는 이번 주말에도 꽃이 여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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