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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음주, 거친 욕설… 야구장 문화 안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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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음주, 거친 욕설… 야구장 문화 안 바뀌나

입력
2018.04.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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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세이프(SAFE) 캠페인. KBO 제공.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세이프(SAFE) 캠페인. KBO 제공.

롯데 이대호가 팬이 던진 치킨박스를 맞았던 31일 부산 사직 야구장 관중석엔 술에 취해 큰 소리로 욕을 퍼붓는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심판이나 상대 선수 등에게도 무차별적으로 거친 말을 쏟아내는 관중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안전요원들은 이들을 저지하지 않았다. 그 사이 취객들의 거친 행동을 참다 못한 가족 단위 관람객은 못마땅한 듯 자리를 떠났다. 다른 야구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성 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급격히 늘어난 국내 프로야구는 이제 연 1,0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에서 비롯된 일부 관중들의 난폭한 행동은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2015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관중들의 지나친 음주를 막고자 이른바 ‘세이프(SAFE) 캠페인’을 도입했다. 주류의 반입을 제한하고, 캔ㆍ병ㆍ1L가 넘는 페트병에 든 비알코올성 음료도 종이컵에 옮겨 담아야만 경기장 입장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소주 등 도수가 높은 주류는 아예 반입도, 판매도 하지 못하게 했다. 관람객의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도입된 지 4년째를 맞이한 ‘세이프 캠페인’은 유명무실해졌다. 여전히 적지 않은 관람객이 소주 등 도수가 높은 주류를 몰래 반입한다. 이렇다 보니 경기장 앞 상인들은 대놓고 소주를 판매하기도 한다. 머뭇거리는 관람객들에겐 당당히 “생수병에 소주를 담아가면 괜찮다”며 당당하게 꼼수를 알려주는 상황도 벌어진다.

경기장 안전요원의 검사가 허술한 점도 문제다. 관람객들은 별다른 꼼수를 부리지 않더라도 소주 등 반입 금지 품목을 들고 경기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다. 또한, 경기장 내 매점에서도 주류 구매를 1인당 1회 4잔(병)으로 제한한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아무런 제재가 없어 관람객의 도를 넘은 음주에 두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야구장 내 관대한 술 문화는 결국 난폭한 관중들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선수들에게 거친 욕설을 하거나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협박을 하는 건 이미 흔한 일이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들에겐 “코쟁이” “깜둥이”와 같은 차별성 발언을 하고, 치어리더들에겐 입에 담지도 못할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하는 이들마저 등장했다. 이런 모습에 자녀들을 데리고 야구장을 찾았던 관람객들이 당황하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과격한 야구장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KBO리그의 연 1,000만 관중 달성은 요원하기만 하지만, KBO나 구단은 단속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은 만취한 관중이 행패를 부리면 즉각 저지하고, 구단 방침에 따라 최소 퇴장에서 최대 영구 출입금지까지 제재를 가한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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