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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서 퍼지는 ‘폭력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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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서 퍼지는 ‘폭력 바이러스’

입력
2018.04.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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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2일 영국 런던의 런던시티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서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월12일 영국 런던의 런던시티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서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수도 런던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살인 사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 수(850만여명)가 비슷한 미국 뉴욕보다 올해 2월과 3월 연속으로 더 많은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정도다. 런던의 살인 사건 발생 수치가 뉴욕을 앞지른 것은 현대 역사에서 처음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칼부림 등 흉기에 의한 범죄로, 이를 유발하는 ‘폭력 바이러스’의 확산에 런던 치안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와 BBC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월 런던에서 15명이 흉기나 총격 등에 의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지난달에도 22명이 살해당했다. 이는 뉴욕의 같은 시간 살인 사건(2월 11건ㆍ3월 21건)보다 많은 수치로, 지난 1월 발생 수치(뉴욕 18건ㆍ런던 8건)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것이다. 이날 오전에도 런던 남서부에서 한 20대 남성이 선술집에서 떠난 뒤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올들어 런던 내 살인 사건은 총 46건을 기록하면서 뉴욕의 50건에 육박했다. 영국 온라인 매체인 인디펜던트는 “테러 사건을 제외하고, 뉴욕의 살인 사건이 1990년대와 비교해 87%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런던은 최근 3년간 40% 가까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보다 총기 규제가 엄격한 영국의 특성상, 칼과 같은 흉기를 쓴 살인 사건이 많았다. 올해 런던 살인 사건 46건 가운데 67%인 31건이 칼부림 범죄(knife crime)였던 것이다. 영국 전체로 범위를 넓혀 봐도, 2017년 9월 기준으로 1년간 3만 6,998건의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이전 1년에 비해 21% 증가했다고 BBC는 전했다. 방송은 “흉기 범죄 통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경찰은 소셜미디어가 이 같은 ‘폭력의 일상화’를 부추긴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크레시다 딕 런던 경찰청장은 “사람들이 조금만 화가 나도 이를 참지 못하고 곧바로 서로한테 폭력을 행사하는 데에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런던 경찰은 폭력 범죄 근절을 위해 100여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한편, 스코틀랜드 ‘공중보건접근’ 방식의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앞서 스코틀랜드는 10대들의 폭력 성향을 질병으로 간주, 학교와 지역사회, 의료 등 전 분야가 협력해 치료에 나선 결과, 2004~2005년 137건이었던 살인 사건을 2012~2013년 61건으로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전직 경찰관인 르로이 로건은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폭력의 바이러스가 런던에서 퍼져 나가는 걸 보고 있다. 경찰만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고 지역사회와 협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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