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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된 피자 들고 탑승 OK, 마시던 커피는 NO

입력
2018.04.02 17: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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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음료ㆍ치킨 금지

뚜껑 없거나 빨대 꽂힌 캔 안돼

어기는 승객 탑승 거부 가능

과태료 규정은 없어 갈등 여지

한 시민이 지난달 달리는 시내버스 안에서 음료를 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시민이 지난달 달리는 시내버스 안에서 음료를 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커피나 일회용 컵에 담긴 치킨처럼 가벼운 충격에 내용물이 샐 수 있는 음식물은 앞으로 서울 시내버스 반입이 금지된다.

서울시는 2일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 금지’ 세부 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시가 올 1월 4일부터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음식물을 들고 탈 수 없도록 한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 대한 지침이다.

개정안은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의 안전을 해치거나 여객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일명 테이크아웃 컵) 또는 그 밖의 불결, 악취 물품 등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새롭게 담았으나 승객과 운수업계에선 기준이 모호하다며 구체적 지침 마련을 요구해왔다.

김규태 시 버스정책과 주무관은 “그간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이 무엇을 가리키는 건지,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의 의미가 뭔지에 대한 현장의 혼란이 많았다”며 “조례 시행 후 3개월간 관련 민원이 약 80건 가량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시가 이번에 제시한 반입 금지 물품의 기준은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처럼 가벼운 충격으로 인해 내용물이 밖으로 흐르거나 샐 수 있는 음식물’이거나 ‘포장돼 있지 않아 차 내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이다.

예를 들어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 치킨, 떡볶이 등 각종 음식물은 버스에 반입이 금지된다. 여러 개의 일회용 컵을 운반하는 용기(캐리어)에 담긴 음료도 들고 탈 수 없다. 뚜껑이 없거나 빨대가 꽂힌 캔,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도 소지하고 타면 안 된다.

반면 종이 상자로 포장된 치킨이나 피자는 반입이 허용된다. 뚜껑이 닫힌 플라스틱 병이나 따지 않은 캔, 밀폐된 텀블러에 담긴 음료도 가지고 탈 수 있다. 보온병에 담긴 음식물도 허용된다. 비닐봉지에 담긴 채소, 어류, 육류 등 식재료 역시 소지하고 탑승이 가능하다.

운전자는 이를 어긴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 차 안에서 음식물을 먹는 승객을 하차시킬 수도 있다.

시는 이에 따라 시내버스 내부와 버스정류소에 세부 기준을 알리는 홍보물을 붙이고 운전자 교육을 실시, 반입 기준을 두고 벌어지는 승객과 운전자간의 다툼의 여지를 줄여간다는 방침이다. 고홍석 시 도시교통본부장도 “지금까지 일부 승객이 쏟아지기 쉬운 음료를 들고 버스에 타서 주변 승객을 내내 불안하게 만들거나 운전자와 승객 또는 승객간 다툼이 종종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갈등 없이 정착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승객이 이를 어긴다고 과태료나 범칙금을 물 수 없는데다 버스 운전사가 이를 제지하려고 해도 승객이 반발한다면 이 조례가 양측의 싸움만 조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례 시행 이후 일부 버스 운전사가 테이크아웃 컵을 못 들고 타게 하자, 승객들이 마시던 음료를 버스정류장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타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역시 난감한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정류소마다 쓰레기통을 만들어달라고 자치구에 요청했지만 구에서 비용 탓에 거부하고 있다”며 “자치구와 협의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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