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 회담 목표에 대해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면서 “아마도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미중 4개국간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는 보도와 맞물린 것이다. 이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공화당 내 대표적인 대북 매파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미중간 물밑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아마도 그(김정은 위원장)가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진행 상태인 한국 전쟁을 끝내는 역사적인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함께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 여전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그는 “이번 회담의 조건에 대해 매우 조심하고 있다”면서 “그게 내가 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좋아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볼턴 보좌관 내정자와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고 소개하면서 “그의 큰 걱정은 그들(북한)이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탑재 미사일을 보유하는데 9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면서 “볼턴은 이런 협상을 과거에 했던 것처럼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그러면서 “그(볼턴)는 매우 건강한 회의주의를 갖고 있지만,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처럼 북핵 위기의 시급성을 거론하면서 “협상은 집중적이고 빠른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며 “협상이 오랫 동안 끌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볼턴 내정자와 그레이엄 의원 모두 그간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대표적인 대북 매파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 수락 결정 이후 매파들 사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경계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셈이다.
그레이엄 의원의 언급으로 미뤄 트럼프 정부가 일단 중국이 제안한 4개국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에 열린 입장인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비핵화의 방법론을 두고선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 조치의 속도와 진정성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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