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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50주년] 사내 대학서 철강 전문인력 육성… “VR도 수업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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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50주년] 사내 대학서 철강 전문인력 육성… “VR도 수업에 활용”

입력
2018.04.02 15: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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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기술대학서 배운 내용

현장에 적용 문제 해결 성과

30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인재창조원에서 포스코기술대학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포스코 제공
30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인재창조원에서 포스코기술대학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포스코 제공

“교수님,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볼게요.”

지난달 30일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포스코 인재창조원 정도관. 금속의 응고에 대한 ‘늦깎이 대학생’의 질문에 김종완 포스코기술대학 교수가 답하자, 또 다른 학생이 손을 들고 물음을 이어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5년 이상 일한 이들로 이뤄진 포스코기술대학 철강융합학과 2학년생 21명(포항캠퍼스)은 서로 자기 경험을 얘기하며 자유롭게 토론을 벌였다. 이날 이들이 수강한 과목의 이름은 ‘철강 및 금속응고’. 다른 대학에선 찾아보기 힘든 수업이다. 포항제철소 1후판공장에서 근무하는 수강생 황우진(36) 대리는 “2009년 포스코에 입사해 일하다 보니 실업고교 전공(기계) 외에도 금속ㆍ전기 계측 등 다른 분야를 알아야 공정개선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입학했다”고 말했다. 후판은 두께가 6㎜ 이상인 두꺼운 철판이다.

포스코기술대학은 이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또 다른 창업정신인 ‘교육보국(敎育報國)’에 따라 2014년 국내에서 8번째로 만들어진 사내 대학이다. 고졸 입사자(초급대졸 포함)를 회사의 고급 전문기술인력으로 키우기 위해 설립됐다. 매년 50여명(포항ㆍ광양 캠퍼스 각 절반)이 입학하며, 개교 이후 올해까지 졸업생 135명을 배출했다. 학비는 전액 포스코에서 부담한다. 전임교수 4명을 포함해 교수진도 56명이나 된다.

금속ㆍ기계ㆍ전기 계측 등 철강업에 최적화한 교육과정을 개발,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27개 전공과목은 철강 및 금속응고, 용접공학, 표면처리, 금속상변태, 재료강도학, 전자기학 등으로 이뤄졌다. 나머지 11개 교양과목은 공업수학, 영어, 관리회계원리, 경영학개론 등이다. 수업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주 23시간 이뤄진다. 1973년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을 생산하기도 전에 제철연수원부터 완공(1969년)했던 ‘인재 경영’ 방침에 따라, 기술대학 수강생들도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목ㆍ금요일은 근무하지 않아도 된다. 급여는 그대로 받는다.

고졸 입사자(초대졸 포함)로 이뤄진 포스코기술대학 재학생들이 스포이드를 들고 시약을 비커에 옮겨 담고 있다. 포스코 제공
고졸 입사자(초대졸 포함)로 이뤄진 포스코기술대학 재학생들이 스포이드를 들고 시약을 비커에 옮겨 담고 있다. 포스코 제공

이상준 포스코 노무외주실 기술교육그룹 과장은 “기술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 현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액션러닝’ 프로그램(2학년 2학기에 진행)이 가장 호응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1기 졸업생인 이정호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중앙수리섹션 파트장은 “다른 업무를 하는 동기들과 액션 러닝 수업 끝에 나온 아이디어를 적용해 고온의 철광석 덩어리(소결광)을 식히는 장치의 구조를 변경해, 장치 수명을 2년 5개월로 두 배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고로(용광로)에 들어가기 전, 800도 이상의 열처리 과정을 거쳐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소결광으로 만들어야 한다. 철광석 가루를 그대로 넣으면 고로가 막힐 수 있어서다. 기존 소결광을 식히는 장치에는 분진 등이 빨려 들어가 수명이 1년 안팎에 불과했다. 황 대리도 “후판이 만들어지기 전에 작업자가 실수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영상분석 기술 개발을 액션러닝 과제로 계획하고 있다”며 “기계만 알았던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턴 전문학사 학위 이상 보유한 사내 직원 대상으로 국내 4년제 대학 3학년 편입 과정도 시작했다. 이 제도를 통해 올해 경상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한 포스코기술대학 1기 졸업생 강형묵 광양제철소 선강설비그룹 대리는 “기술대학에 진학한 뒤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며 “필요한 지식을 쌓은 뒤 현장으로 돌아가 도움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포스코는 등록금과 학업기간 동안 기본급도 지원한다.

권영신 포스코 노무외주실 기술교육그룹 팀장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수업 등 기술대학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교육을 계속 보완해 인재경영 방침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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