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사진=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요즘 ‘워라벨’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앞자를 딴 것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뜻한다.
박인비(30ㆍKB금융)는 지난달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뒤 ‘워라벨’을 떠올렸다. 그는 "30대의 새로운 시작점에서 거둔 이번 우승이 좋은 신호탄이 된 것 같다. 워라벨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는데 나 역시 신경 써왔던 부분이다. 골프 인생과 개인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겨울전지훈련을 어느 때보다 즐겁고 편안하게 소화했다. 지난해 허리 통증으로 인해 일찌감치 LPGA 시즌을 종료한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롭게 정신무장을 한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퍼터도 교체했다. 기존에는 헤드가 반달 모양인 퍼터를 사용했지만,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부터는 일자형 스타일로 바꿨다.
되찾은 ‘골프여제’의 여유는 표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박인비는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ㆍ6,76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80만 달러)에서 4차 연장을 치르면서도 얼굴에 긴장한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최종 4라운드 막판 한때 리더 보드 맨 윗줄에는 박인비를 비롯해 페르닐라 린드베리(32ㆍ스웨덴), 재미동포 제니퍼 송(29ㆍ신한금융그룹), 제시카 코다(25ㆍ미국), 에리야 쭈타누깐(23ㆍ태국)까지 총 5명이 오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대접전이었다.
박인비는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17번홀(파3)과 18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만회했다. 이날 5타를 줄이며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그는 결국 동타를 이룬 송, 린드베리와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다. 1972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3명이 연장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인비는 갖가지 악재 속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2차 연장에서 3번째 샷이 물에 빠질 뻔하다가 가까스로 언덕에 걸리자, 다시 타수를 만회하며 3차 연장으로 승부를 몰고 갔다. 3차 연장에서 박인비는 3번째 샷을 홀 옆에 붙여 경기를 끝낼 수 있었지만, 린드베리가 약 2.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다시 동타에 만족해야 했다. 둘은 이어진 4차 연장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3, 4차 연장 당시는 일몰이 된 뒤였기 때문에 그린의 ‘라이(공이 멈춰 있는 위치나 상태)’조차 읽어내기 어려웠다. 조명이 켜졌지만, 그림자가 생겨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당황스러울 법도 한 악조건 상황 속에서도 박인비는 시종일관 당당한 걸음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상대 린드베리를 긴장시켰다.
숱한 우승 경험과 연륜으로 필드를 지배하는 그의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필드 한쪽에서는 경기를 마친 박성현(25ㆍKEB하나은행)과 전인지(24ㆍKB금융)가 박인비를 응원하고 있었다. 박성현은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으며 전인지는 5언더파 283타로 공동 30위에 그쳤다. 디펜딩 챔피언인 유소연(28ㆍ메디힐)은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48위에 머물렀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이슈+] '미투운동의 시작'…故 장자연 사건 진실 밝혀질까?
[카드뉴스] 스트라이프 셔츠 스타일리쉬하게 코디하는 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