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2016년 4월 발매돼 차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시즌송이 있다. 십센치의 '봄이 좋냐??'다. 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랑', '설렘', '데이트', '연인' 등의 키워드를 반대로 이용한 건데, 솔로의 입장에서 봄나들이를 가는 연인을 보며 질투하는 내용이 노래의 핵심이다.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망해라'와 같이 다소 심술궂은 가사가 당시 리스너들의 많은 호기심을 끌었다.
당시 이 노래는 봄 시즌송이 흔히 갖는 콘셉트에 '반전'을 줬다고 해석됐다. 말랑말랑한 멜로디나 가사의 많은 시즌송들과 달리 이 노래는 위에서도 예시를 들었듯 봄에 냉랭하고, 심술궂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하나 더 반전이 있다. 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겠지만 기존에 메가 히트를 기록한 봄 시즌송들은 대부분 '봄이 왔냐??'처럼 봄 분위기에 냉소적이다. 대표적으로 '벚꽃 괴물'이라 불리며 매년 봄만 되면 차트에서 역주행을 하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과 하이포와 아이유가 함께 가장한 '봄 사랑 벚꽃 말고'가 있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같은 아기자기한 가사가 삽입된 '벚꽃 엔딩'이 봄에 냉소적인 노래라고 하면 의아할 이들도 있을 것이다.
'벚꽃 엔딩'은 버스커 버스커 멤버 장범준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인데, 비하인드가 있다. 벚꽃이 만발하는 봄날, 행복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을 본 장범준이 배 아픈 마음에 '빨리 벚꽃이 다 져벼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데서 비롯된 곡인 것. 제목이 벚꽃 '엔딩'인 것에서 이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아이유가 노랫말을 쓴 하이포의 '봄 사랑 벚꽃 말고' 역시 제목에서부터 짐작하겠지만 '벚꽃 엔딩'이나 '봄이 좋냐??'와 궤를 같이 한다. 추운 겨울 내내 혼자였는데 봄이 온 지금도 나만 혼자더라는 내용으로, '손 잡고 걸을 사람 하나 없는 내게 달콤한 봄바람이 너무해. 나만 빼고 다 사랑에 빠져 봄노래를 부르고 꽃잎이 피어나 눈 앞에 살랑거려도. 난 다른 얘기가 듣고 싶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버릴 봄 사랑 벚꽃 말고'라는 가사가 화자의 심경을 잘 나타내 준다.
살랑거리는 바람과 북적북적한 분위기, 연인들의 행복한 사랑 노래가 들리는 계절 봄. 이런 설레는 봄에 역설적으로 이를 질투하는 '벚꽃 괴물'들이 '봄의 찬가'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벚꽃 엔딩', '봄 사랑 벚꽃 말고' MV 캡처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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