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진입 수단으로 한때 인기
최근 코스닥 상장 방법 다양화 탓
합병 실패하고 올해만 9개 사라져
‘유진스팩3호’ 이달 4일이 기한

지난달 3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던 교보5호스팩과 케이비드림3호스팩이 상장 폐지됐다. 다른 기업과 합병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앞서 지난달 28일 유진스팩3호에 대해 이달 4일까지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 폐지 절차를 밟는다고 알렸다.
우량 기업들의 상장 통로였던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ㆍSPAC)의 상장 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로, 3년 내 기업 합병을 조건으로 증시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거래된다. 2009년 제도 도입 이래 비상장 우량기업의 코스닥 상장 수단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기업의 증시 진입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잇따른 상장 폐지로 투자자 손실도 우려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9개 스팩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문을 닫았다. 이 기간 동안 스팩과의 합병에 성공해 코스닥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방산장비 제조기업인 유니맥스정보시스템과 스테인리스 강관 제조업체인 유에스티 등 두 곳뿐이다.
스팩은 여느 주식처럼 금융투자회사 주관으로 신주를 공모 발행해 상장한 뒤, 정관에 기재한 주요 합병 추진 산업군에 속한 기업을 합병 대상으로 물색한다. 스팩은 상장 후 2년 6개월 안에 합병 대상 기업을 찾아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한 내에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1개월 뒤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한다.
우량 기업이 코스닥에 빨리 진출하는 방법으로 각광 받았던 스팩이 궁지에 몰린 이유는 최근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상장 방법이 다양해졌기 때문. 2015년 기술특례 제도 개편을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의 코스닥 상장이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적자 기업도 성장성이 있으면 상장할 수 있게 하는 ‘테슬라 요건’이 도입됐다. 코넥스 시장을 거쳐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도 올해 4개사에 달한다.
활로가 좁아지다보니 상장폐지 기간에 임박해 무리하게 합병을 시도하다가 거래소의 상장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합병 대상 기업이 상장을 철회하는 스팩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첫 상장폐지 스팩인 미래에셋3호스팩은 리얼야구존과의 합병을 시도했다가 지난해 10월 합병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은 뒤 청산 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상장폐지된 교보5호스팩도 지난해 9월 합병 대상 회사인 나무기술의 사정으로 합병 절차가 취소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 상장 기준 완화로 스팩 상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많이 줄었다”며 “스팩들이 대거 상장했던 3~4년 전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스팩의 잇따른 상장 폐지로 투자자 손실도 우려된다. 스팩이 상장 폐지되면 주주에게 공모가(주당 2,000원) 수준의 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 그러나 우량 기업과의 합병을 기대하고 공모가 이상 가격으로 스팩을 사들인 투자자라면 손해가 불가피하다. 최근 상장폐지된 케이비드림3호스팩과 교보5호스팩은 상장 직후인 2015년 각각 2,590원, 2,34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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