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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ㆍ은행 중심 구조가 금융발전 발목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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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ㆍ은행 중심 구조가 금융발전 발목잡아”

입력
2018.04.01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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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감원장 오늘 취임… 발언ㆍ기고로 금융개혁 엿보기

“모피아 관치 고리 끊어야”

금융감독 체계 개편 수면 위로

“기업 구조조정 연명책보다

과감ㆍ신속하게 처리가 좋다” 등

‘저격수’ 소신 밀어붙일지 관심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의원 시절 금융당국을 견제하는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저격수’로 불렸던 김기식(52)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공식 취임한다. 그간 김 원장의 발언과 기고 등을 보면 곳곳에서 금융개혁 의지가 엿보인다. 그가 금융감독 당국 수장을 맡은 만큼 재벌개혁과 금융그룹 통합감독, 지배구조 개선 등의 관심사를 적극적 의지를 갖고 수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원장은 특히 재벌개혁 이슈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에서 그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로 ‘오랜 관치’와 ‘재벌과 은행 중심 금융산업구조’를 들었다. 재벌계 제2금융권 회사, 즉 금융투자ㆍ카드사ㆍ보험사 등을 겨냥해서는 “계열사가 몰아주는 자금의 운용 수수료만으로도 수익이 보장된다”며 “속된 말로 등 따뜻하고 배부르니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도 김 원장이 의원 시절 발의한 대표 법안 중 하나다. 가령 삼성생명의 경우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뿐 아니라 지분이 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이라는 이유로 심사 대상이 된다. 금융권은 연장선상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재벌을 상대로 한 당국의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금융위원회가 금융정책 수립과 금융기관 감독이라는 이해상충 업무를 겸하고 있다고 문제를 삼으면서,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와 합치고 감독 기구로서 금감원의 독립성과 기능은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모피아’(재무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감독 기구를 쥐락펴락하는 관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료들이 꺼리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김 원장이 밀어붙일 경우 상위기관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과거 발언들. 박구원기자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과거 발언들. 박구원기자

기업 구조조정 면에서는 김 원장과 당국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부실기업은 모두 살려야 하는가’란 제목의 언론기고문에서 김 원장은 “원인이 구조적인 경우 파장을 우려해 주저하며 연명책을 쓰기보다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을 법정관리로 보내고 STX조선해양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다른 칼럼을 통해서도 한국GM과 금호타이어 등에 대해 “고통과 희생이 수반되지 않는 구조조정은 없다”며 “누군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서는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 완화에 대해 줄곧 반대를 해왔다. 의원 시절인 2015년 김 원장은 “금산분리 제도의 본질을 외면하고 대원칙을 함부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자체를 반대했고, 금산분리 규제를 강화한 은행법 개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과도하게 올리고 예금금리는 소폭 조정하는 식의 ‘예대마진 장사’로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김 원장이 금융감독 당국 수장으로서 ‘감시자’ 시절의 소신을 얼마나 밀어붙일지는 미지수다. 다만 속도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감원장은 금융회사를 벌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통솔해야 하는 자리”라며 “일방적으로 개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 의견을 수렴하고 경제적 원칙에 맞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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