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현지시간) 아프리카 가나 인근 해역에서 우리나라의 500톤급 참치잡이 어선 마린 711호가 나이지리아 해적에 피랍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피랍 당시 선박에는 선장, 항해사, 기관사 등 한국인 3명과 주로 가나 국적인 선원 40여명이 타고 있었다. 해적들은 나이지리아 해역으로 납치 선박을 이동시키던 중 나이지리아 해군의 추적을 받자 선박은 포기한 채 우리 국민 3명을 스피드보트에 옮겨 태운 뒤 도주했다. 해적들은 스피드보트에 우리 선원들 외에도 앞서 자신들이 탈취하려 했던 그리스 선박의 외국인도 함께 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서아프리카 가나 해역은 동부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 활동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단속으로 주춤해진 사이 새로운 해적 근거지로 떠오른 곳이다. 영국 런던의 위험 컨설팅 업체에 따르면 올들어 기니 해역에서 발생한 해적들의 공격은 44건으로 남미(24건), 카리브해(20건)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한 때 극성을 부렸던 소말리아 근처 ‘아프리카의 뿔’ 해역보다 무려 10배 이상 많은 것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베냉 해역에서 인도 승무원 22명이 탄 유조선이 납치됐다 6일만에 풀려났고, 1월에도 유조선 배럿호가 4일 간 납치된 바 있다. 우리 선박도 2016년과 2014년 두 차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해역에서 피랍됐다 구조된 적이 있다.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지난해 선박에서 납치된 승조원 75명 중 65명이 나이지리아 해역에서 변을 당했다.
정부는 사고 발생 이틀 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문무대왕함)를 사고 해역으로 출동시켰다. 하지만 아직 우리 선원의 소재나 상태, 납치세력의 구체적인 신원과 요구조건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동부 해역에 있는 문무대왕함이 희망봉을 거쳐 서아프리카 가나 해역에 도달하는데도 보름 가까이 걸려 구출작전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피랍 협상 전까지 피해자 안전을 고려해 보도 유예를 해온 관행을 깨고 정부가 지난달 31일 느닷없이 피랍 사실을 공개한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앞서 27일과 29일 두 차례 “자국민 생명에 관련된 것이니 보도 유예를 확실히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과도 딴판이다. 정부는 이미 외신보도가 많이 나왔고, 좋은 방향으로 현재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무사귀환까지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속단과 낙관은 금물이다. 정부는 피랍 국민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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