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서 4골 1AS… MVP
아시아리그 사상 첫 3연패 이끌어
국내 아이스하키 실업팀 안양 한라의 김원중(34)은 공격수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선수로서 골 욕심이 당연히 있지만 팀 내 최고참이자 주장으로 누군가는 해야 할 궂은 일을 도맡아 팀에 헌신한다. 2007년 안양 한라에 입단해 어느덧 10년 넘게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어 ‘정신적 지주’로도 통한다.
2017~18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플레이오프에서 김원중의 진가는 더욱 두드러졌다.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일본)와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상대 선수와 부딪쳐 넘어지며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경기 중간, 구토를 하면서도 그는 빙판을 계속 지켰다. 오지 이글스(일본)와 플레이오프 파이널 3차전에선 오른 손목을 다쳐 병원에서 부분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지만 진통제를 맞고 4차전에 출전했다.
주장이 투혼을 발휘하자 안양 한라 선수단은 더욱 똘똘 뭉쳤고, 결국 아시아리그 사상 최초 3연패, 통산 최다 우승(5회)을 달성했다. 안양 한라는 지난달 31일 안양빙상장에서 열린 오지 이글스와 파이널(5전3승제) 4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를 3승1패로 끝냈다. 2003년 출범해 한국, 일본, 러시아 팀이 참가한 아시아리그에서 안양 한라는 모든 우승 기록을 새로 쓰며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 팀으로 우뚝 섰다.
파이널 1~2차전에서 2경기 연속 결승골을 넣고 4골 1어시스트를 올린 김원중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원정에서 모처럼 득점 본능을 폭발시키며 2경기를 모두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플레이오프에서 골 맛을 본 것은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평소 김원중은 한일전에 남다른 승부욕을 보여왔다. 지난해 삿포로 아시안게임 일본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양 한라 구단 관계자는 “파이널 3차전에서 충격적인 역전패(2-4)를 당하고, 손목도 다친 상태에서도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선수단 미팅에서 분위기를 다잡았다”며 “주장의 강한 책임감과 팀을 위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우승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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