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이대호(36·롯데)는 팀의 간판 선수다. 그가 일본과 미국을 거쳐 2017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롯데와 계약했을 때 팬들은 두 팔을 벌려 그를 환영했다. 계약기간 4년, 150억원의 초대형 계약에도 비난 여론은 찾기 어려웠다. FA(프리 에이전트) 계약 후엔 으레 따라 나오는 '거품 논란'도 피해갔다. 팬들에게 이대호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였단 의미다.
지난해 롯데가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성공하면서 이대호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팀의 중심 역할을 해주는 이대호에 팬들의 응원 목소리는 더 높아져 갔다. '역시 이대호'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런 이대호가 이번에는 팬에게 오물을 맞았다. 지난 31일 사직 NC전이 끝난 후 구장을 나서던 이대호의 등 뒤로 치킨상자가 날아들었다. 이대호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삐뚤어진 팬심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대호와 롯데를 조롱하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그럴 만도 하다'는 분위기다. 지난해만 해도 '캡틴 이대호'의 활약에 웃었던 팬들은 그 기억 마저 지운 모양새다.
롯데는 개막 7연패 중이다. 이대호가 오물을 맞은 이날 롯데는 NC에 5-10으로 졌다. 5-5로 팽팽하던 9회 마무리 손승락이 4실점으로 무너지며 개막 첫 승 신고를 또 미뤘다. 이대호에게 오물이 날아든 것 역시 연패와 관련이 있다. 사실상 롯데가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화풀이'를 이대호에게 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가 선수가 팬에게 오물을 맞아야 하는 이유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이기고 싶지 않은 선수는 없고, 패배가 달가운 선수 역시 없다. 승리에 대한 절실함 또한 관중석의 팬이 그라운드 안의 선수들에 대해 쉽게 넘겨 짚을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이대호는 여전히 롯데의 상징이다. 부산이 사랑하는 스타이고, 팀의 주축 선수이다. 그런 선수가 단 한 순간에 '팬이 투척한 오물에 맞아도 싼' 선수가 됐다. 비상식적인 팬의 행동으로 롯데와 롯데의 상징인 선수의 가치도 한 순간에 떨어졌다.
안 그래도 가라 앉은 분위기에 부담감까지 얹은 롯데는 팬들의 싸늘한 시선까지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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