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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재개] “일본에 목욕하러 간다고?” 주말에 떠나는 목욕 여행

입력
2018.03.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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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목욕재개(再開)’는 '목욕을 다시 이야기한다’는 취지의 연재물입니다. 대중목욕탕, 찜질방, 온천 등을 망라한 한국의 목욕 문화를 탐구하고, 습관적으로 씻는 목욕이 아닌 '더 잘 씻는 법'을 고민합니다.

다른 곳은 도쿄의 발뒤꿈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온천만은 훌륭했다. (...) 온천은 새로 지은 3층 건물로, 고급 탕은 유카타도 빌려주고 때도 밀어주는데 8전이다. 게다가 여자가 차도 내준다. 나는 늘 고급 탕에 들어갔다. 그러자 월급은 40엔 받으면서 매일 고급 탕에 들어가는 것은 사치라고들 했다. 쓸데없는 참견이다. -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3층짜리 목조 건물인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의 도고온천 본관은 1894년 개축,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다. 마쓰야마=이혜미 기자
3층짜리 목조 건물인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의 도고온천 본관은 1894년 개축,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다. 마쓰야마=이혜미 기자
밤이 깊어도 온천을 찾는 관광객들로 도고온천은 불야성을 이룬다. 마쓰야마=이혜미 기자
밤이 깊어도 온천을 찾는 관광객들로 도고온천은 불야성을 이룬다. 마쓰야마=이혜미 기자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가 자신의 작품 ‘도련님(봇짱ㆍ坊ちゃん)’에서 에히메현 마쓰야마 도고온천을 묘사한 구절이다. 1906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도쿄 출신 도련님이 시코쿠의 시골 마을에 중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한 뒤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주인공은 마쓰야마가 '답답한 동네'라며 내내 불평하다, 결국 도쿄로 돌아간다.

'도련님'에서 그려진 것처럼, 마쓰야마가 있는 시코쿠 에히메현은 일본 내에서도 접근성이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국내 한 저가항공사가 마쓰야마 노선을 신규 취항하면서 인천과 시코쿠 사이 하늘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많은 이에게 낯선 지명이다. 동시에, 두 시간 남짓 비행해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건 시코쿠만이 지닌 매력일 테다. 짧은 주말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틀에 박힌 코스가 아닌, 소도시에서 소박한 힐링을 즐기고 싶다면 에히메현으로 '목욕 여행'을 훌쩍 떠나보자.

도고온천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혜미 기자,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틸컷.
도고온천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혜미 기자,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틸컷.

■ 3,000년 역사 자랑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도고온천

도고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3,00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이에 '도련님' 뿐 아니라 '일본사기' 등 역사 문헌에도 등장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마녀 유바바가 경영하는 온천이 바로 도고온천 본관을 본뜬 것이다.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도고온천 본관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왕실 전용 욕실 '유신덴'이 설치돼 있고 3층에는 '도련님의 방'을 재현해 목욕 말고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고온천 본관의 경우, 탕의 종류와 체험 코스에 따라 네 종류의 입욕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넓고 대중적인 '가미노유(신의 온천)'와 고급스럽고 작은 '다마노유(령의 온천)' 중 하나를 선택하고, 공동 휴게실이나 독채 휴게실을 선택하는 식이다. 온천을 끝내고 제공받은 유카타를 입고 나오면 차와 과자가 제공되는데, 목욕 후 마시는 차 한 모금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도고온천 전차역 앞에는 메이지 시대에 사용했던 대형 솥에서 나오는 온천수로 무료 족탕 시설이 있어, 지나가던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마바리의 타월미술관은 세계 최초로 수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술관이다. 이마바리=이혜미 기자
이마바리의 타월미술관은 세계 최초로 수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술관이다. 이마바리=이혜미 기자

■ 세계 최초 타월에 대한 미술관, 이마바리 '타월미술관'

산뜻한 목욕의 마무리는 '수건'에 있다. 한번 쓰기 시작하면 좀처럼 버릴 일이 없지만, 수건의 사용 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하다. 2년이 지나면 수건이 뻣뻣해지면서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각종 세균이 번식하게 된다. 화장실 수납장에 10년도 전의 가본 기억 없는 식당 개업식 수건을 발견한다면, 당장 새 수건을 장만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 최초 수건 전문 미술관이 있는 에히메현의 이마바리는 일본 내 수건 소비의 60%를 책임지는 수건의 성지다. '이마바리 타월' 브랜드 제고를 위해 '타월 소믈리에 자격시험'도 매해 주관한다. '타월미술관'은 핀란드의 유명 캐릭터인 '무민' 특별 전시실을 갖추고 타월을 소재로 만든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수건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견학할 수 있도록 기계 설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실제 공장의 3분의 1 속도로 기계가 움직인다. 미술관에서 만들어지는 수건도 모두 상품으로 판매된다.

'타월미술관'에서는 실제로 수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이마바리=이혜미 기자
'타월미술관'에서는 실제로 수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이마바리=이혜미 기자

■ '같은 듯 다른' 한일 목욕 문화

한국 목욕의 핵심은 ‘때'다. 각질 제거를 위해 많은 시간을 공들인다. 따뜻한 탕에 들어가는 것도 때를 잘 밀기 위해 몸을 불리는 과정일 뿐이다. 목욕 바구니 역시 때 비누, 때 수건 등 각종 각질 제거 도구로 채워진다. 목욕탕 구석에 자리 잡은 목욕관리사와 세신 침대도 빠질 수 없다.

일본 목욕의 핵심은 ‘탕'이다. 혈액 순환을 돕는 반신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녹인다. 온돌 같은 난방 시설이 발전하지 못해, 잠들기 전 몸을 데우는 용도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몸에 열이 오르고, 이마에 땀이 맺히면 미련 없이 탕을 나간다. 때를 밀지 않아 목욕 시간도 더 짧다.

최태열 한국목욕업중앙회 회장은 “일본의 일부 목욕탕은 세신 서비스를 하기도 하고, 한국의 '때 미는 문화'가 전파돼 두 나라의 목욕탕 풍경이 유사해진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타인과 사교 기능을 갖게 된 한국의 목욕탕과는 달리 일본은 '씻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마쓰야마, 이마바리=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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