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6ㆍ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다음달 초 결정짓기로 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빅매치’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기로 결단하고, 박 시장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낙점되면 두 사람이 후보 단일화를 했던 2011년 이후 7년 만에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진검 승부를 펼치게 된다.
안 위원장과 박 시장의 인연은 안 위원장이 정치권에 정식 입문하기 직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사와 정보기술(IT) 기업인, 대학교수를 지낸 안 위원장은 이전까지 정치권에서 숱한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서울시장 출마를 제안했던 것을 비롯해, 참여정부에서는 정보통신부 장관직을 제안한 적도 있다. 총선 출마 권유도 수 차례 있었지만 모두 거절한 안 위원장은 “실무적인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던 안 위원장이 제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는 계기가 된 게 2011년이다. 안 위원장에게 몇 차례 정치적 조언을 해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안철수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일순간 그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안 위원장은 “당장 (서울시장) 자리가 열려 있는데 이걸 또 이상한 사람이 망치면 분통 터지는 일이다”라며 “그게 고민의 시작점이었다. 정말로 자격 없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장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뜻에서다”라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여론조사 등을 지켜본 후에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위원장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유력한 나경원 의원 등 기성 정치인들을 어렵지 않게 따돌렸다. 이를 두고 안 위원장은 “지금 사람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비교가 안 된다. 건국 이래 역사상 가장 심하다”라며 “아직 만으로 40대인 나 같은 사람이 (출마를) 할지 말지도 결정 안 했는데, 저렇게 역사가 오래된 당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면 그게 민심이다. 나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안 위원장의 입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던 2011년 9월 5일. 그는 자신과 각별한 관계였던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출마를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6일 오후 4시. 그는 박 상임이사와 만나 불과 17분의 대화 끝에 박 상임이사로 후보를 단일화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서 그 분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며 “단일화에 대한 아무런 조건도 없다. (저는) 출마 안 하겠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꼭 시장이 되셔서 그 뜻 잘 펼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안철수, 과연 ‘인물’이다. 이 정도 열풍이면 보통 사람 같으면 정신이 멀쩡해도 취할 텐데, 50%의 지지율에도 흔쾌히 양보했다”며 “이번에 박 변호사 도와주고, 그보다 더 큰 물에서 뜻을 펼치라”고 높이 평가했다.
안 위원장과의 단일화 이후, 이전까지 5% 안팎에 불과했던 박 상임이사의 지지율은 50%대로 수직 상승했다. 안 위원장의 지지층을 그대로 흡수하면서다. 그리고 10월 26일 열린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 상임이사는 53.4%의 압도적 득표율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2011년 ‘안철수의 통 큰 양보’는 올해 다시 서울시장 선거를 흔들 전망이다. 이번에는 안 위원장이 현역인 박 시장에게 도전하는 입장이다. ‘이번에는 박 시장에게 양보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대해 안 위원장은 “아직 출마를 결심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또 결심을 한다고 해도 제가 무슨 양보를 받아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 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7년 전 안 위원장이 45%의 지지율을 넘겨줬고, 이를 지금의 민주당이 흡수했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어떤 그림이 연출될지 이번 지방선거 최대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