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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버린 페트병,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결국 식탁으로

입력
2018.03.31 11: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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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큰 미세플라스틱 모습. 그린피스 제공
비교적 큰 미세플라스틱 모습. 그린피스 제공

국내에서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발리의 가까운 미래의 풍경은 에메랄드빛 투명한 바다가 아닐지 모른다. 이달 6일 영국의 한 잠수부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공개한 발리의 바닷속 모습은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플라스틱 컵ㆍ빨대ㆍ포장지 등 인류가 버린 온갖 쓰레기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발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전 세계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대가는 만만치 않다. 환경파괴는 물론, 인류의 삶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난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엔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에 위치한 ‘거래 쓰레기 섬(GPGP)’의 면적이 160만㎢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한반도 면적(22만㎢)의 7배에 달하는 크기다. 애초 예상치보다 4~16배 넓다.

연구를 진행한 국제환경단체 ‘오션 클린업 파운데이션’은 위성관측 등을 통해 GPGP에 1조8,000억개의 플라스틱 조각(무게 8만7,000톤)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 인구수(73억명)로 따져보면 한 명당 플라스틱 247개를 버린 셈이다. 특히 지름이 1㎛(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 1m)에서 5㎜ 사이인 미세플라스틱이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의 94%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그나마 사후처리가 수월한 일반 플라스틱 조각보다,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1970년대 GPGP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당 0.4㎏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당 1.23㎏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해양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햇빛이나 파도 등의 영향으로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든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ㆍ살충제)나 수은 등과 반응해 ‘독성 물질’로 변한다. 이를 물고기가 섭취하고, 상위 포식자가 그 물고기를 먹는 먹이사슬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이 인류의 식탁에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2016년 경남 거제ㆍ마산 일대 양식장과 근해에서 굴과 게, 갯지렁이를 잡아 분석했더니, 97%인 135개 개체의 몸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앞서 2014년 스페인 연구진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이는 5곳을 살펴본 결과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던 것과 달리, 4만 톤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상당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양 동물이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치명적이다. 건국대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유리물벼룩의 소화기관과 생식기관, 알 주머니에 침투한다는 사실을 지난해 9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물벼룩이 낳은 알의 83%가 부화하지 못했으며, 알이 만들어지는 과정 전후로 물벼룩 체내의 지방소립 개수가 27~42% 감소했다. 지방소립은 세포가 지방을 저장하는 곳이다. 생식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이다.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치어는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뇌 손상이 발생해 포식자를 만나도 제대로 피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미국 조지아공대ㆍ2016년 사이언스에 발표)도 있다. 동물 실험에서 위해성이 밝혀진 만큼, 최상위 포식자인 인류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영국 과학청은 최근 발간한 ‘바다미래통찰’ 보고서에서 누적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규모가 2015년 5,000만 톤에서 2025년엔 1억5,000만 톤으로 3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경고가 무색할 정도다. 자승자박의 처지가 된 인류에게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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