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정책숙려 제 1호 안건으로 결정했다. 숙려제는 교육부가 잇단 정책 혼선으로 비판을 받자 지난 1월 들고 나온 대안이다. 국민 관심이 높은 정책의 경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 등 1만5,000명으로부터 의견을 취합해 상반기 안에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학생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공론화에 부친다는 교육부의 결정 자체를 문제삼을 건 아니지만, 교육현장에서 오래 전부터 문제가 지적됐는데도 이제서야 교육 수요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태만과 무책임이 놀랍다. 특히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을 받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서울 주요 15개 대학에서 모집정원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그동안 해결책을 찾지 못해 끙끙대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태가 심각해지자 ‘면피용’으로 공론화를 택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현 대입제도의 두 축이 학생부와 수능으로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학생부만 공론화 방식을 택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수능 개편안은 교육부가 시안을 만들어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를 거쳐 오는 8월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1년 유예된 것도 그에 앞서 학생부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 때문이었다. 대입제도 전반적 틀 속에서 논의돼야 할 학생부와 수능이 전혀 다른 논의 방식을 거치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교육정책 추진 방식은 의욕에 비해 내실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않았다. 수능 절대평가 유예는 물론 유치원ㆍ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방침은 몇 차례나 오락가락하다 전면 재검토됐다. 자사고ㆍ외고도 폐지에서 우선선발권 박탈로 물러섰고, 특성화고 현장실습 즉시 폐지와 교장공모제도 혼선을 빚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교육분야가 최하위로 처져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교육분야는 신중하고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무리하게 실천에만 매달리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교육정책 혼란은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개혁 적임자라는 기대를 모았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부진’도 실망스럽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공교육 정상화라는 큰 틀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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