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폐비닐 등 수입 금지 여파
업체도 수지 안 맞아 처리 난색
“깨끗한 비닐ㆍ큰 스티로폼만 받아”
전국 확산 조짐… 지자체도 비상
지난 28일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단지에는 4월1일부터 모든 비닐류와 일회용 스티로폼의 재활용 수거를 중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컵라면 용기와 과일포장용 완충재, 테이프나 운송장이 붙은 스티로폼 박스 등은 모두 재활용으로 배출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모든 비닐류 등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크기가 큰 스티로폼, 재활용 표시가 인쇄돼 있는 깨끗한 비닐류만 재활용으로 배출 가능하다고 입주민들에게 통보했다. 이 아파트 한 주민은 “어느 정도 크기의 스티로폼부터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건지, 깨끗하다는 기준이 뭔지 애매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 곳곳에 재활용품 수거 중지 안내문이 붙으면서 재활용품 처리를 둘러싸고 일대 혼란이 일고 있다. 수도권 일대 대거 몰려있는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등의 수거를 거부하고 나서면서다. 수거업체들이 사가지 않으면 수거함에 쌓인 재활용품을 처리할 방법이 없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부녀회 등이 일방적으로 안내문을 내붙인 것이다. 게다가 업체들의 수거 거부 움직임은 부산, 대전 등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어서 자칫 전국적인 재활용품 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30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수거업체들이 비닐이나 스티로폼 등의 수거를 거부하는 것은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에서 비롯됐다. 중국이 자국의 환경 보호를 내세우며 올해부터 폐지ㆍ폐비닐 등 24개 고형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중국에 폐기물을 수출해 온 이들 수거업체의 수출길이 막혔다. 반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저가 폐기물은 늘면서 가격이 급락했고, 국내 업체들은 채산성이 떨어지는 폐비닐, 폐스티로폼, 폐지부터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나온 것이다. 다음달 말부터 부산지역 32개 아파트단지에 폐기물을 수거해가지 않겠다고 통보한 한 업체 관계자는 “수입 재활용폐기물이 워낙 저렴해 국내 재활용폐기물은 수거 후에도 남는 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별로 상황이 다른 것은 각 수거업체가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부녀회 등과 계약을 맺고 있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아파트 등에 통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에만 재활용품 수거업체가 100여개에 달하는데 협회와 같이 대화하기 위한 단일 창구도 없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몹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모든 비닐이나 스티로폼의 배출을 금지하는 곳, 이물질이 묻은 것만 금지하는 곳, 혹은 크기가 작은 것만 금지하는 곳 등 관리사무소마다 기준도 제각각이다. 한 입주자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환경부는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폐비닐 수거 거부 사례 여부와 사유, 지자체 대책과 추진 내용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특히 깨끗한 비닐이나 스티로폼 등까지 종량제 봉투에 담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관련 지침을 내려 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수거업체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며 수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뾰족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받아주지 않는 것은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각 지자체의 폐기물 수거 현황을 파악해 대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만약 수거업체가 나서지 않으면 직접 지자체가 나서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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