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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미FTA, 대북협상 타결 때까지 미룰 수도” 논란

입력
2018.03.30 16: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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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합의” 하루 만에 돌출발언

文정부 대북제재 대열 이탈 막고

남북회담서 ‘섣부른 합의’ 경고

북미협상 ‘FTA 볼모’로 삼는 듯

트럼프 특유 즉흥적 발언일 수도

“더 좋은 무역조건 얻기용” 해석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오하이주 리치필드에서 사회기반시설을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오하이주 리치필드에서 사회기반시설을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원칙에 대해 느닷없이 대북 협상과 연계할 의향을 시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적인 발언의 배경과 의도가 불분명하지만, 막판까지 FTA 카드를 쥐고서 한국 정부의 유화적 대북 접근 가능성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주 리치필드에서 사회기반시설을 주제로 한 대중 연설에서 한미 FTA 개정 합의에 대해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유가 뭔지 아냐? 이것이 매우 강력한 카드(very strong card)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 받도록 확실히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대북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미 FTA 개정 합의에 대한 서명을 보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대북 협상에 대해 “우리는 북한과 매우 잘 해 나가고 있다”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협상 결과가) 좋지 않다면, 우리는 걸어나갈 것이고 만약 좋다면 우리는 수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훌륭하게 해왔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아마 잠시 그 합의를 연기할 수 있다. 어떻게 진행될지 두고 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트위터에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에 대해 “미국과 한국 노동자들을 위한 위대한 합의다. 이제 중요한 안보 관계에 집중하자”고 적었던 내용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백악관도 전날 “궁극적으로 미국 노동자와 미국기업들에 큰 거래이고 중대한 승리”라고 홍보했다.

이 같은 돌출적 발언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위협의 수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조만간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며 국방부와는 다른 입장을 밝히는 등 준비된 원고에서 벗어나 즉흥적 얘기를 쏟아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언급도 일부 백악관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언급 이후 “한미는 원칙적으로 위대한 새 FTA 협상에 도달했다”며 “대통령은 대북 협상을 포함해 모든 관련 사항을 고려해서 확정된 합의 내용에 서명하는 최적의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FTA 카드를 활용할지는 불분명하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담판에 한국 정부와의 FTA 문제를 연계시킨 것 자체가 한국 정부에 일종의 연대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의 중재로 북미 대화에 나선 만큼 북한과의 협상이 잘못 되면 한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남북이 다음달 27일로 정상회담 일정을 합의한 후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섣부른 합의를 하거나 제재 완화에 나서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압박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미국 동의 없이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한미 FTA 자체를 파기하겠다는 위협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은 “북한으로부터 핵 양보를 견인하기 위해 한미간 단일한 입장 유지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합의 도달에 치우친 나머지 ‘취약한 합의’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FTA 개정 협상 결과에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AP 통신은 “한국 정부가 바라는 북미 핵 협상과 연계함으로써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더 유리한 무역조건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더해 FTA 카드를 계속 쥐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도 우위를 점하려는 계산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을 보라. 거기에 국경(휴전선)이 있고 이를 지키는 장병들이 있다. 우리는 제대로 돈을 받지도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의 국경을 지키기 위해 그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쓰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국경조차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공약인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불만의 시각도 여전한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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