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핵무력 정당성 등 선전만
협상 앞둔 시점, 카드 안꺼낼 듯
북한이 핵ㆍ경제 병진(竝進) 노선 채택 5주년을 맞는 31일 핵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핵화 의지 표명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이지만, 협상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향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북한은 2013년 3월 3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 국가 브랜드라 할 수 있는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제시한 이래, 매년 이를 기념해왔다. 4주년인 지난해 공개한 장문의 정부 비망록은 병진 노선을 “공화국 역사의 일대 사변”으로 규정하며,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로부터 나라와 민족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가장 정당하고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강변했다. 3주년에는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고, 핵탄두 소형화를 실현했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담보로 미국과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올해에는 예년처럼 핵 무력을 선전하거나 핵 개발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 병진 노선의 또 다른 축인 경제에 방점을 찍는 방식으로 비핵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풀어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하자는 취지로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진 노선을 채택할 당시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리지 않고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우월성이) 있다”고 이유를 밝힌 만큼 명분은 충분하다.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올해 경제 전선 전반에서 활성화의 돌파구를 열어 제껴야 하겠다”고 경제 발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접어들기 전 대대적인 입장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굳이 카드를 꺼내 협상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국가 핵 무력을 완성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데다, 직접 비핵화를 거론했을 경우 내부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25~28일 방중을 통해 개선된 북중관계를 지렛대로 오히려 핵 보유국 지위를 재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을 반영해 노선을 수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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