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이 ‘난리’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시작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더니 강북과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면에 지방은 주택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미분양도 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작년 6월 이후, ‘6ㆍ19’, ‘8ㆍ2’, ’10ㆍ24’, ‘2ㆍ20’ 등 대책을 연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동원한 대책이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고 정부 정책의 효과는 매우 불확실하다. 주택시장은, 수많은 건설업자와 약 2,000만가구의 수요자가 있고, 주택의 가격ㆍ품질에 대한 정보가 잘 유통되고 있으며, 공공주택 건설 비중도 낮아(16년 기준 10.6%), 민간주도의 완전경쟁에 가까운 시장이다. 결국 정부는 정책을 통해 주택 수요ㆍ공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은 주택의 수요ㆍ공급 외에도, 국내외 금리변동 및 유동성, 경기변동이나 경제위기 등에 영향을 받는데, 정부가 이러한 다양한 요인을 미리 예측해 적기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택정책은 가능한 한 시장의 원칙과 흐름에 맞아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이 성과를 내거나 적어도 실패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시장 흐름에 안 맞는 잘못된 개입은 성과를 거둘 수 없음은 물론, 불필요하게 시장을 과열시키거나 위축시켜 주택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고 주택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에서 시장의 원칙이나 흐름에 맞는 주택정책의 방향은 첫째, 주택공급의 확대 및 과잉수요의 억제 둘째, 시장참여자의 선택에 의한 수급 및 가격 결정 셋째, 거래과정에서 생긴 이익의 세금을 통한 환수 넷째, 정부는 불가피한 경우 최소한으로 개입, 이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채택한 주요 주택정책들을 이러한 관점에서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과정에서 분양가를 주변시세의 일정수준 이하로 조정함으로써 사실상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을 규제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 규제는 과잉수요를 조장하고 시장참여자가 결정해야 할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이어서 시장 원칙이나 흐름에 맞지 않다. 분양가 상한 규제로 주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당첨자에게 엄청난 시세 차익을 주는 소위 ‘로또 아파트’ 현상만을 초래하고 있다. 과열된 시장의 진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분양가 상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채권입찰제와 같이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 상한의 규제로 생기는 초과수요를 억제하고 시장참여자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도록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년 2월, 재건축안전진단의 기준을 ‘정상화’란 이름으로 종전보다 강화하였다. 안전진단기준 강화는 주택공급의 축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 종전기준으로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주민과 새로운 기준을 적용받는 주민 간의 형평성의 문제도 야기한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도입하였다. 이러한 주택 관련 과세 강화는 주택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원칙에 부합한다. 다만, 주택과세 강화로 주택공급의 위축 가능성이 있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이므로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주택정책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이 국토 및 지역 간 균형발전이다. 서울, 특히 강남에 교육ㆍ의료ㆍ문화ㆍ유통ㆍ교통 등 온갖 편의시설이 집중되어 있고 그 집중현상이 지금처럼 계속되고 있는 한, 강남발 부동산 ‘난리’는 언제나 재발할 수 있으며, 이는 서울의 주택보급율이 100%가 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서울에의 집중도를 줄이는 국토 및 도시 정책이 주택시장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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