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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민감한 현안은 빼고 업적 질문해 달라는 고용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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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민감한 현안은 빼고 업적 질문해 달라는 고용부 장관

입력
2018.03.30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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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장관님 인터뷰 사전질문지에 민감한 현안 질문이 너무 많아서 이대로는 안될 거 같습니다.“

30일 예정됐던 한국일보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를 이틀 앞두고 있던 지난 28일 오후, 고용부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사전 질문지를 1주일 가량 전에 전달하고 서면 답변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한정된 시간에 압축적인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사전 답변을 토대로 현장에선 핵심만 묻고 답하자는 합의에 따른 것이었는데, 김 장관이 질문 내용이 인터뷰에 부적절하다며 몹시 불쾌해 했다는 것이었다.

사전질문지에 담긴 12가지 질문은 별반 새로울 것 없는, 현재 관심을 끌고 있는 노동계 현안들이었다. 3년 한시적인 청년일자리 대책의 적절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한 평가와 후속조치,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른 올해 인상폭,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의 효과, 노사정위원회를 대신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그리고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한 노동 관련 사안 등. 경영자든 노동자든, 노동계에 몸을 담고 있든 그렇지 않든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었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어떤 식으로든 의견 표명을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고용부 공무원들의 쇄도하는 전화에서 전해지는 ‘장관님’의 심기는 전혀 달랐다. 한 관계자는 “장관님에게 (질문지를) 보고했는데 질문을 보다가 ‘내용이 너무 민감한 내용이다, 12가지 항목이 다 그렇다’고 하셨다”며 “이런 문제를 정말 인터뷰에서 다 물을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너무 민감한 내용이다 보니 말 한 마디만 잘못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안”이라며 “청문회도 아니고 이럴 거면 굳이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관님 판단”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민감한 항목은 빼고 장관이 원하는 질문을 넣어달라는 제안까지 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나 개헌안 관련 질문은 아예 삭제를 하고, 대신 부처 우수 평가를 받은 부분이나 장관으로서의 철학 같은 질문을 넣어달라고 했다. 국민들이 듣고 싶은 부분은 피하고, 대신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얘기였다. 김 장관이 “이럴 바에는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했듯, 한국일보 역시 장관의 업적 홍보를 위한 인터뷰를 굳이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30일 인터뷰는 그렇게 취소했다.

김 장관은 농구선수에서 한국노총 간부로, 3선 국회의원에 핵심 부처 수장까지 오르며, 노동계 일각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의문이 든다. 그는 노조 활동가 시절이나 야당 의원 시절, 정부가 민감해 하는 내용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걸까. 현장노동청 신설 등 스스로 품을 팔며 현장 실무자와 노동자들을 만나온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그가 현장에서도 행여 듣고 싶은 내용만 듣고 답하고 싶은 것에만 답을 해온 건 아니었을까. 이것이 이 정부의 소통 수준이 아니길 바란다.

조원일 정책사회부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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