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날짜가 다음달 27일로 확정됐다. 남북은 2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정상회담과 관련한 의전, 경호, 보도 문제 등은 다음달 4일 실무회담을 다시 열어 정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은 하루 일정이며 장소는 예정대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이다.
이로써 2000년 6월 김대중ㆍ김정일, 2007년 10월 노무현ㆍ김정일에 이은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11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회담 날짜와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던 의제에 대해서는 큰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의제 등과 관련해서 상호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했고, 청와대도 “의제는 좀 더 논의해야 한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남북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여정이 순조롭길 바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종착역이 될 북미정상회담까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뿌리내려야 할 역사적 책무가 현실적 무게로 다가왔다. 어려운 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번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온 국민이 뭉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에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인식이다. 우리 특사단의 연쇄적인 방북ㆍ방미가 이뤄지던 때와 북중 정상회담이 전격 치러진 지금과는 적잖이 국면이 다르다. 우선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에게 밝혔다는 ‘비핵화의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는 우리 정부나 미국이 염두에 두는 북핵 해법과는 차이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수용한 이후 외교ㆍ안보라인을 초강경 인사로 채우면서 압박 기조 속의 대화 병행이라는 강경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북미대화를 추후 군사적 압박의 명분으로 삼는 미국식 ‘벼랑 끝 전술’이란 말도 나온다. 김정은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결행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북핵 국면을 ‘다자화’함으로써 협상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뜻이다.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중국이 북핵 협상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 한미의 북핵 로드맵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경계해야 한다.
비핵화를 위한 험난한 출발점에 선 정부가 지금이야말로 북핵 국면의 중대한 변곡점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길 바란다. 아울러 과거 수 십년의 북핵 협상에서 반복된 국내 진영 논리가 재연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