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확대ㆍ노조 촛불집회 영향
박인규(64)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29일 은행장직에 이어 지주회장직에서도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주회장직을 유지하면서 후임 행장선임을 주관하려던 박 행장은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노조가 촛불집회를 예고하는 등 은행 내외부의 압박강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 행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열린 임시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후임자 선출절차 등은 내달 2일 오전 열릴 이사회서 논의키로 했다. 박 행장은 “일련의 사태에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주주와 고객, 임직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박 행장은 앞서 지난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은행장직을 사퇴하고 지주회장직은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행장은 은행장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 초까지 함께 입건된 간부 16명과 함께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 32억7,000만 원을 구입한 뒤 판매소에서 5%를 수수료로 제하고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등의 방법으로 3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수사 당국은 이 중 1억여 원을 박 행장이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금융감독원의 수사의뢰에 따라 대구은행 채용비리수사에도 착수, 임직원 자녀나 지역 유력 인사의 청탁을 받고 수십 명을 부정 채용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된 전 인사부장에 대해 “직원에게 원본서류 파기를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재청구하는 등 수사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또 비자금 조성 부분에 있어서도 지난 26일 DGB금융그룹 부인회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29일 오후 6시30분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던 대구은행 노조는 일단 집회를 취소했다.
박 행장이 조건 없이 물러나면 ‘대구은행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임자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내외부의 또 다른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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