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이 급기야 사람의 마음 속까지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기업들이 AI 기술을 인사 관리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스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AI 기술 발전과 함께 달라진 기업들의 직원 설문조사 양상을 소개하면서 여러 장점에도 불구,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가장 큰 변화는 설문조사 기간의 획기적 단축이다. 미국 테네시주의 지역은행 퍼스트 호라이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직원 3,500명의 응답지를 (사람이 직접) 분석하고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데 각각 3개월, 5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AI는 설문조사가 끝나자마자 두 업무가 바로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AI 기술이 직원들의 회사에 대해 실제로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캔자스주 철강업체 SPS의 경우 ‘잰더(Xander)’라는 AI 시스템을 동원해 직원들의 응답 내용과 인구통계자료, 이전 답변 등을 종합 분석해 직원들이 진짜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과 태도를 판단했다.
설문조사 응답 과정에 사용한 문장의 언어적 표현과 객관적인 다른 데이터를 기초로 직원들이 겉으로는 만족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지, 아니면 혼란스럽거나 분노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낸 것이다. 실제로 SPS의 한 임원은 잰더로부터 ‘화를 다스릴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설문조사 항목에는 물론 관련 질문이 없었다. 이 임원은 “가장 낮은 점수를 얻은 항목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WSJ는 하이어뷰(HireVue), 신디오(Syndio) 등 다수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기업들에 고용과 해고, 보상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AI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인사 관리에 AI 비중이 커지면서 규제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AI 분석이 직장 내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디지털사회학자 줄리 알브라이트는 “대부분의 감정이 비언어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직원의 감정을 문자로만 해석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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