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김 위원장의 첫 외국 방문에 동행하면서 남ㆍ북ㆍ중 퍼스트레이디에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북한의 리설주, 중국 시진핑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모두 성악을 전공해 ‘음악’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 출신으로 문 대통령이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기 전까지 서울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평소 음악을 사랑하는 김 여사는 지난 2012년 한 방송에 출연해 노래 실력을 선보이면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가 됐었다. 또 제19대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에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러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에는 음악이라는 감성 코드로 ‘부드러운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차 방한한 라트비아 대통령 부인 이베타 베요네 여사를 위해 라트비아 가요를 번안한 노래 ‘백만송이 장미’를 부르기도 했다.
성악을 전공한 리설주도 김 여사와 ‘음악’으로 통한다. 리설주는 북한을 대표하는 가수 출신으로 중국으로 단기 연수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최고의 예술 인재 양성 학교인 평양 금성학원을 졸업한 리설주는 북한 클래식 연주단 은하수관현악단에 몸 담았었고, 북한판 소녀시대로 불리는 모란봉악단 결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펑리위안 여사 역시 두 사람처럼 음악에 조예가 깊다. 그는 중국에서 국민가수라 불릴 만큼 인기 있던 가수 출신이다. 18세부터 중국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산하 가무단에서 군 소속 가수로 활동한 펑 여사는 1982년 발표한 ‘희망의 들판에서’라는 노래로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1990년에는 중국 전통성악으로 중국음악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줄리아드 음대 명예박사 학위도 받았다.
이처럼 음악에 정통한 남ㆍ북ㆍ중 퍼스트레이디들은 각국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가 펼쳐지는 외교 무대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던 시간에 김 여사와 펑 여사는 음악을 통한 만남을 가졌다.
펑 여사는 음악을 좋아하는 김 여사를 배려해 오페라하우스인 베이징 국가대극원 공연 관람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대극원 합창단이 노래한 ‘기적’, ‘오나라’ 등을 감상하며 우의를 다졌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똑같이 가수 출신인 리설주와 펑 여사가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리설주가 펑 여사 곁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장면이 담겼고, 두 사람은 베이징 천단공원에서 별도의 만남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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