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 간부들이 혼외자(婚外子) 의혹으로 낙마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불법 사찰에 연루됐다는 단서가 입수돼,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29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고일현 전 종합분석국장,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이 수용된 구치소 수용실(감방)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들은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검찰은 이들이 2013년 채 전 총장의 혼외자 관련 정보 수집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채 전 총장은 그 해 4월 검찰총장으로 취임해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문제를 보도했고, 채 전 총장은 도덕성과 관련한 정치권 등의 집중 공격을 받다 결국 취임 5개월만인 9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당시 검찰은 채 전 총장 혼외자로 지목된 소년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불법 조회한 서울 서초구청 국장, 청와대 행정관, 국정원 일반 직원 등을 재판에 넘겼지만, 청와대와 국정원 수뇌부의 개입은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족한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해당 소년의 신상정보가 당시 국정원의 국내정보 부서장과 2차장 등에 보고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의뢰를 국정원에 권고했다.
검찰의 대표적 특별수사통(특수통)으로 꼽히던 채 전 총장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현대차 비자금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 굵직한 사건을 다수 처리했다. 당시 특수통 검사가 검찰총장에 오른 것은 이명재 전 총장(2002년) 이후 11년 만이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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