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ㆍ스위스도 도입 검토
폴란드가 28일(현지시간) 미국으로부터 47억5,000만달러(약 5조696억원) 규모의 대공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폴란드 무기 도입 역사상 최고 금액이다. 영국 거주 이중 스파이에 대한 독극물 공격 논란으로 러시아와 서방의 외교 대립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군사 부문에서도 동유럽을 무대로 군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폴란드는 이날 미국으로부터 패트리엇 최신 PAC-3형을 포함한 대공 무기를 인수하는 청약 및 수락서에 서명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 현대 무기와 방어 수단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오늘 계약을 통해 폴란드는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효율적 무기 체계를 갖춘 엘리트 국가 반열에 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래 동유럽에서는 서방과 러시아의 군비 증강으로 긴장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패트리엇 제작사 레이시온에 따르면 스웨덴에 대한 패트리엇 판매도 미국 정부 허가 아래 급속히 진행 중이고, 스위스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폴란드에 앞서 이미 패트리엇을 배치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은 독일ㆍ그리스를 포함해 4개국이다.
서방의 군비태세에 대해, 러시아도 발빠르게 맞대응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티토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해 11월 루마니아와 폴란드의 패트리엇 배치가 “러시아의 위협이라는 망상에 기반한 미국의 포위 작전”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폴란드 국경 인근의 러시아 서부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초 대선 출정식에서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개발을 발표하며 “무적의 핵무기”라 자랑하기도 했다.
‘공공의 적’ 러시아의 위협 앞에서 서방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무역전쟁, 이민자 문제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지만, 러시아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영국 이중 스파이 독극물 테러 사건 이후에는 일제히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나선 것이 이들의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 준다. 국가주의 성향 때문에 EU와 미국의 비판을 받았던 폴란드 법과정의당(PiS) 정권도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하며 동참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패트리엇 도입 합의는 미국ㆍ나토와의 연대와 협력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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