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이번 방중 일정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에 시종일관 공손한 자세를 보였다. 북미 회담에 앞서 '혈맹 브로맨스'를 단단히 다져 중국을 '보험'으로 챙기려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26일 북중 정상회담 자리에서 '선대 지도자'를 내세워 양국 관계를 강화하자고 말할 때 김 위원장이 고개를 숙이고 노트에 받아적는 장면이 중국 중앙(CC)TV를 통해 공개됐다. 이는 북한에서는 절대 권력으로 군림한 김 위원장의 평소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중화권 언론은 "북한에서는 모든 군 장성들과 관료들이 김정은의 말을 받아적는다"며 이례적 모습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연회 연설에서 미국보다 먼저 중국을 찾은 것을 '숭고한 의무'라고 표현한 대목도 신화통신 등이 비중있게 보도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내민 손을 확실히 부여잡았다. 김 위원장이 미리 준비한 회담 스크립트를 읽을 때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는가 하면 이후 북중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전달했다. 북중 정상간 대화가 일회성 만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공손한 태도는 지난 7년간 회담 한 번 없을 만큼 경색됐던 북중 관계를 단번에 뒤집는 변화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해 11월 중국 대북 특사 쑹타오와의 면담도 거절했었다.
김 위원장의 입장 변화는 남북·북미 회담을 앞두고 일종의 '보험'으로 중국을 끌어들이려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북미 대화가 실패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로 돌아서게끔 '보험 정책'을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 백악관 신임 안보보좌관에 대북 강경파 존 볼턴이 내정되는 등 상대할 미국 정부가 역대 가장 강력한 '매파'인 점을 감안해 중국의 지원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대화 국면을 빌미로 중국의 대북 지원, 혹은 제재 해제 등을 북한 측이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 주석의 달라진 위상도 한몫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은 마오쩌둥 이래 가장 강력한 중국 지도자가 됐다"면서 "김 위원장이 태도를 달리한 부분적 이유는 시 주석이 자신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설명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하며 사실상 종신 집권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체제와의 관계 개선이 북한의 장기적 구상에 필수적이 된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높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RSIS)의 그레이엄 옹웹 국제관계 연구원은 "북한은 좋든 싫든 중국에 무릎을 꿇고 중국을 존중하고 필요로 한다는 말을 해야만 한다"면서 "중국의 지원 없이 홀로 할 수 있는 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겸손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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