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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철학자, 알고 보니 불가리아 공산정권 스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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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철학자, 알고 보니 불가리아 공산정권 스파이였다

입력
2018.03.29 13:3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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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위대한 사상가에 꼽혔던

세계적 지성 줄리아 크리스테바

예술ㆍ대중매체 첩보 수집 역할

활동 기간ㆍ대가 등은 공개 안 돼

20세기 유럽 지성계를 대표하는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 냉전시절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고 활동하면서 조국인 불가리아의 정보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세기 유럽 지성계를 대표하는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 냉전시절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고 활동하면서 조국인 불가리아의 정보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여성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76)가 미ㆍ소 냉전시대 조국인 불가리아를 위해 정보원으로 암약했다고 불가리아 과거사위원회가 발표했다. 현재 파리에 거주 중인 크리스테바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세계적인 문학이론가이자 철학자인 크리스테바의 명성에 중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크리스테바를 당대 대표적 여성 지성인으로 인정해온 서유럽 사회도 크게 놀라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불가리아 과거사위원회가 2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자국 출신의 프랑스 여성 철학자인 크리스테바가 과거 ‘사비나’라는 암호명으로 불가리아 국가보위부 제1부 소속 협력요원으로 활동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고 전했다. 이 부서는 사회주의 정권시절 불가리아 정부에서 예술과 대중매체 분야를 감시하고 첩보를 수집해온 정보 부서다.

위원회는 크리스테바가 1971년부터 국가보위부를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크리스테바가 얼마나 오랜 기간 정보원으로 활동했는지, 공산정부로부터 어떤 금전적 보상을 받았는지 등은 적시하지 않았다. 과거 불가리아 국가보위부는 냉전 시대 소련의 KGB와 긴밀히 협력한 공산정권의 체제 안보기구로, 첩보요원과 정보원을 합쳐 10만명 가량의 요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공산 정권이 무너지면서 국가보위부 역시 해체됐다.

크리스테바는 1965년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고 프랑스로 건너가 유학한 뒤 파리에서 학문 활동을 이어왔다. 자크 데리다, 자크 라캉, 롤랑 바르트 등 프랑스 후기구조주의의 세계적인 철학자들과 함께하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철학자이자 페미니즘 이론가로 평가를 받아왔다. 1973년부터는 파리 제7대학(디드로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이 대학 명예 교수로 있다.

프랑스 문학잡지 ‘텔 켈(Tel Quel)’의 공동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뉴욕 컬럼비아대 초빙교수도 지냈다. 정신 분석에 기반을 둔 접근법으로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정체성 문제를 천착했으며, ‘사랑의 역사’, ‘시적 언어의 혁명’, ‘공포의 권력’ 등 30권이 넘는 저서와 논문, 소설을 펴냈다. 국내에도 그의 저서 다수가 번역 출간돼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크리스테바를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 100인에 꼽기도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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