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고금리’ 제2금융권 빚이 은행 빚의 2배
대출금리 3%포인트 오르면 소득 3분의1 이자 상환에 써야
신용등급이나 소득이 낮은데도 금융기관 3곳 이상에 빚이 있는 가계대출자가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국내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탄 지난 1년새 빚을 4조원 넘게 늘리며 총 83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18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취약차주의 수는 149만9,000명으로, 전체 가계대출자(1,876만명)의 8.0%를 차지했다.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 7~10등급) 또는 저소득(소득 하위 30%) 상태인 차주를 뜻한다. 취약차주 가운데 다중채무, 저신용, 저소득 모두에 해당하는 사람도 41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82조7,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0%를 차지했다. 1인당 대출액은 5,520만원으로 평균 대출액 7,300만원보다는 다소 낮지만, 이들의 취약한 상환능력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빚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대출 비중(56.9%)이 비은행보다 높은 평균적 가계대출 차주와 달리, 취약차주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대출 비중이 66.4%으로 은행의 배 수준이었다. 이들의 비은행 대출액은 상호금융(26.5%), 여신전문금융회사(15.5%), 대부업(10.2%), 저축은행(8.0%) 순으로 많았다.
지난해 1년 동안 취약차주 가계대출은 82조7,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다중채무·저신용자의 대출액이 49조9,000억원, 다중채무ㆍ저소득자 대출 45조5,000억원이었고, 3개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차주의 대출은 12조7,000억원이었다.
취약차주는 금리 인상기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취약차주의 총부채이자상환비율(연소득 대비 이자상환액ㆍ이자DSR)은 평균 26.1%로,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10.9%를 크게 웃돌았다. 이들에 대한 금리인상 여파를 가상실험(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취약차주의 이자DSR은 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 땐 26.1%, 3%포인트 상승 땐 29.2%로 각각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어들인 돈의 3분의 1을 이자 갚는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수입의 40% 이상을 이자 상환에 쓰고 있는, 현재 취약차주의 19.5%를 차지하는 고(高)DSR 차주의 비중 역시 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 시 21.8%로 늘어난다. 올해 2월부터 시행된 법정 최고금리 제한 효과로 그나마 증가폭이 줄어든 결과다.
보고서는 실제로 저신용 차주를 중심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 7등급 이하 가계대출 차주의 연체율은 국내 시중금리 인상이 시작된 2016년 4분기 38.4%에서 지난해 4분기 41.7%로 3.3%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2.8%에서 2.7%로 오히려 소폭 줄어든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과는 상이한 흐름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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