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5분의 1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태
전체 외감기업 중 좀비기업 14%… 여신 123조 달해
외부감사 대상 기업(자산 100억원 이상ㆍ외감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갚을 능력도 없는 ‘좀비기업’이 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ㆍ건설업 부문 기업은 5곳 중 1곳이 좀비기업으로 나타나 업계 전반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18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에 100을 곱한 값)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 수는 2016년 말 3,126개로, 전체 비금융법인 외감기업(2만1,952개)의 14.2%를 차지했다. 한계기업 가운데 2,666개(85.3%)는 중소기업, 460개는 대기업이었다.
한계기업 수는 2015년 3,278개에서 다소 줄었지만 폐업 등으로 한계기업에서 제외된 기업이 2015년 297개에서 443개로 대폭 늘어나 사실상 한계기업이 늘어난 셈이다. 더구나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초과해 정상기업으로 분류된 기업 중에서도, 이자보상비율 120% 이하로 영업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 곳이 115곳에 달했다.
한계기업의 장기화 추세도 뚜렷하다. 2년 이상 연속 한계기업 상태, 그러니까 4년째 이자비용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 한계기업의 68.6%(2,152개)에 달했다. 해당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래 2016년까지 7년 연속 한계기업인 경우도 23.4%(504개)였다. 더구나 한계기업의 69.3%(2,167)는 적자여서 정상기업 전환은 요원한 상태다.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ㆍ건설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20.4%(835개)로 가장 심각했다. 철강ㆍ조선ㆍ해운ㆍ석유화학 등 이른바 4대 취약업종(11.1%)이나 자영업 난립으로 한계상황을 맞은 도소매ㆍ음식ㆍ숙박업(12.2%)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특히 2015년 정상기업이었다가 이듬해 한계기업으로 추락한 기업(889개)의 25%가 부동산ㆍ건설업에서 나와 업계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는 “담보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업종 특성상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담보대출 등으로 연명하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금리 인상기까지 도래하면서 한계기업의 무더기 도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ㆍ건설업은 건설경기 하락세에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까지 겹치면서 취약업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계기업이 금융기관에서 대출하거나 지급보증을 받은 신용공여액은 지난해 말 122조9,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신용공여액 비중이 2015년 23.4%에서 29.5%로 치솟았다. 업종별로는 4대 취약업종 40조9,000억원(33.3%), 부동산ㆍ건설업 26조1,000억원(21.2%), 도소매ㆍ음식ㆍ숙박업 9조3,000억원(7.6%) 등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