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달 설에 어머니에게 40만원짜리 게르마늄 팔찌를 선물했다.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신경통이나 두통 등 통증을 줄여주며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판매자의 설명에 평소 허리와 목, 어깨가 아프다던 어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팔찌를 차자마자 “하나도 안 아프다”고 말했지만 잠자리에 들 때는 여전히 ‘아이고’하며 신음소리를 낸다.
효과 유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게르마늄 장신구가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5만원부터 100만원을 호가하는 팔찌, 목걸이 세트까지 수 백 종류의 상품이 판매 중이다. 많은 업체들이 ‘게르마늄의 신비한 효과’를 내세우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29일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을 통해 “그냥 돌 팔찌”라고 평가했다. 야광투시경이나 광섬유 등의 제조에 극소량이 사용되는 광물일 뿐 건강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1970년대 일본에서 한 기업가가 게르마늄을 물에 녹는 화합물로 만들어 건강보조제로 판 적이 있는데 이 보조제를 먹은 사람이 신장 기능이 망가져 사망한 사례도 있다”며 “팔찌는 이런 부작용 위험은 없지만 그렇다고 효능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이 게르마늄의 건강 증진효과를 입증한 논문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완벽한 건강 해결책(The Perfect Health Solution)’이라는 제목만 봐도 황당하다”면서 “내용은 건강보조기구를 파는 회사들이 사용하는 홍보용 문구들을 잔뜩 짜깁기해놓은 것으로, 누가 봐도 학술논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글이 게재된 학술지에 대해서는 “학술지라고도 할 수 없다. 1,000달러(약 100만원)만 내면 어떤 내용도 실어준다”고 지적하면서 “소비자들도, 언론도 가짜 과학논문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게르마늄의 효능을 인정해 의료기기로 인증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의학적인 효능이 있는 것처럼 허위, 과장광고를 한 게르마늄 업체 500여 곳에 벌금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게르마늄 팔찌, 목걸이 등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전기장판에 자석을 몇 개 넣어 의료기기라며 노인들에게 비싸게 판매하던 ‘의료기기 체험방’의 상술과 다를 게 없다”면서 “지속적인 단속과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