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km 전체 구간 이용 땐
승용차 기준 4800원→3200원
남부구간보다 2.6배 요금 비싸
개통 때부터 주민 반발 거세
민간사업자 운영기간 연장 등
사업 재구조화로 요금 인하 결실
경기 의정부에서 고양 일산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39)씨는 한 달에 꼬박 12만원을 통행료로 쓴다. 가장 빠른 길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의정부IC~고양IC 구간(23㎞)을 지나는데 통행료 3,000원(왕복 6,000원)을 내야 해서다. 그가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2배가량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것은 이곳이 민자 도로이기 때문이다.
대형화물트럭을 모는 최모(44)씨도 매일 남양주 별내에서 서울외곽고속도로를 타고 11㎞ 떨어진 양주로 가는데, 왕복 통행료로 4,000원을 낸다. 그는 “통행료가 비싸 요금내기 힘겹다”고 하소연했다.
비싼 통행료로 이용자에게 적잖은 경제적 부담이 돼온 서울외곽순환 북부구간 요금이 29일부터 내려간다. 이날 0시부터 서울외곽순환 북부구간 민자고속도로(전체 36.3㎞) 통행료가 최대 40% 인하돼 시행됐다.
이번 통행료 인하로 연간(235일 근무 기준) 김씨는 57만원(141만원→84만)을, 최씨는 19만원(94만원→75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서울외곽 북부구간의 통행료 인하를 골자로 한 실시협약 변경안을 최종 확정했다. 국토부가 도로 운영사인 서울고속도로㈜와 협약을 변경하면서 개통 10년 만에 요금인하가 현실화된 것이다. 2015년 12월 북부 구간의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는 서울과 경기 주민 216만명의 서명부가 접수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통행료 인하로 북부구간 도로 이용자(2017년 4,454만대)들은 연간 700억원에 이르는 통행료를 덜 내게 됐다. 인하 폭은 구간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본선 최장 요금거리인 일산~퇴계원 구간은 1종 승용차의 경우 현행 4,800원에서 3,200원으로 1,600원(33%)로 내렸다. 4종 대형화물차는 6,700원에서 4,600원으로 2,100원 인하(31%)됐고, 의정부IC~고양 IC 구간도 승용차 기준 현행 3,000원에서 1,800원으로 40% 내렸다.
양주영업소 역시 현행 3,000원에서 1,800원으로 40% 인하됐다. 나머지 구간도 도로공사 운영 재정도로 통행료 대비 최대 1.9배인 현 요금 수준에서 1.1배 이하로 줄었다. 이번 통행료 인하로 승용차를 타고 최대 요금거리인 퇴계원∼일산 구간을 매일 왕복 통행하는 경우 연간 약 75만원의 통행료를 아끼게 된다.
서울외곽순환 북부구간 고속도로는 민자 1조 4,712억원 등 2조 2,792억원을 들여 2007년 12월 전면 개통됐다. 고양, 양주, 의정부, 남양주, 구리 등 경기북부 주요 도시를 반원으로 잇는 도로 형태로 건설돼 미리 건설된 남부 구간과 연결됐다.
그러나 개통 때부터 과도한 통행료가 문제가 됐다. 민간도로인 북부구간 1㎞당 통행요금(132.2원)이 국가 재정으로 건설된 남부구간(김포~구리, 50.2원)보다 2.6배나 비싸 서울과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2013년엔 고양시가 10만 서명에 나서면서 요금인하 운동에 불을 지폈다. 이어 파주ㆍ김포ㆍ의정부ㆍ양주ㆍ포천ㆍ구리 등 경기 10개 지자체와 노원ㆍ강북ㆍ도봉 등 서울 5개 지자체 등 15개 지자체와 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형평 문제 등을 이유로 대대적인 통행료 인하운동을 전개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 이들 지역 국회의원 25명도 협의체와 함께 요금인하를 촉구했다.
선례가 없었던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는 2015년 12월 216만명의 주민 서명부가 접수되면서 서서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듬해 통행료 인하를 위한 공동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어 2017년 2월 ‘관리운영기간을 연장하고, 투자자 변경하는 방식의 사업재구조화 방안을 수립했다. 이는 민자고속도로 운영사의 관리 운영기간을 기존 30년(2036년 6월)에서 50년(2056년 6월)으로 연장하고, 새로운 투자자에게 2조3,053억원을 투자 받게 해 수익을 보장해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결국 이번 요금 인하는 사업 재구조화로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린 첫 사례가 됐다.
정부도 요금인하로 재정부담을 덜었다. 국토부는 이번 사업재구조화로 정부가 매년 부담해오던 통행료 미인상분 재정 지원(1조 3,320억원) 등 약 1조 4,000억원의 부담을 절감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28일 통행료 인하 시행을 하루 앞둔 서울외곽순환 북부구간 민자고속도로 양주영업소를 찾아 “서울외곽 북부구간 통행료 인하를 계기로 올 상반기 중에 민자고속도로 전반에 대한 통행료 인하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강태구 서울고속도로 대표는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깨고 머리를 맞대 결과”라며 “국민편의를 우선한 민자사업의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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