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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볼 뺏기면 11명 전원 토털수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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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볼 뺏기면 11명 전원 토털수비를”

입력
2018.03.29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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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축구의 시작은 수비…

코칭스태프가 계속 주문해야”

“측면 수비 기근 시달려

스리백 전술은 무리” 목소리

“중앙수비수 장현수 실수에

네티즌 무리한 비난 자제해야”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28일 폴란드 호주프 실레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폴란드와 평가전에거 2-3으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호주프(폴란드)=연합뉴스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28일 폴란드 호주프 실레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폴란드와 평가전에거 2-3으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호주프(폴란드)=연합뉴스

“상대가 공을 잡았을 때 11명 전원이 동시에 수비할 수 있어야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주역 중 한 명인 이영표(41) KBS 해설위원은 6월 개막하는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제 경기 중 구현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공격이 강하면 관중을 부르지만 수비가 강하면 승리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본선에서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 강팀들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대표팀에는 수비 안정이 훨씬 중요하다. 최근 북아일랜드(1-2 패)-폴란드(2-3 패)와 두 차례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드러난 대표팀 수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선수 전원 수비하고 있나

‘11명 동시 전원 수비’의 핵심 개념은 스프린트(sprint)다. 볼을 뺏겼을 경우 미드필더, 공격수까지 재빨리 움직여 수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폴란드전 첫 실점 때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0)를 막지 못한 수비에 앞서 크로스를 올린 카밀 그로시츠키(30)가 아무 방해 없이 킥을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두 번째, 세 번째 실점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위원은 “2002년과 2010년에는 상대가 공을 잡으면 누구 할 것 없이 전원 수비에 가담했다. 반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윙 포워드들의 수비 전환이 늦었고 거기서 상대가 밀고 올라오며 한 번에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공격 축구의 시작은 수비다. 골을 안 내주면 공격도 되지만 실점하면 공격도 수비도 다 안 되는 게 축구”라고 설명했다. 김세윤 전 대표팀 비디오 분석관은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대가 공을 잡으면 선수 전원이 100% 수비수가 된다는 마음을 갖도록 끊임없이 주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폴란드 골잡이 레반도프스키(왼쪽)가 골을 넣은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호주프=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 골잡이 레반도프스키(왼쪽)가 골을 넣은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호주프=로이터 연합뉴스

‘스리백’ 본선에서 쓸 수 있나

신태용(49) 감독은 폴란드전 전반에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가 전반 막판 ‘포백’으로 바꿨다. 대표팀 경기력은 포백일 때 훨씬 위협적이었다. 쉽게 말하면 스리백은 중앙수비 3명에 좌우 윙백 2명, 포백은 중앙수비 2명에 좌우 풀백 2명을 세우는 포메이션이다.

스리백이 낫냐 포백이 낫냐는 한국이 월드컵을 앞뒀을 때마다 불거지는 해묵은 논쟁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72ㆍ네덜란드) 감독은 당시 선진 축구의 흐름이었던 포백을 도입하려다가 한국 선수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스리백을 택했다. 핌 베어벡(62ㆍ베어벡) 전 국가대표 감독은 기자회견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자 “한국 기자들은 스리백과 포백 밖에 물어볼 게 없느냐”고 짜증을 낸 적도 있다.

중앙수비 숫자가 1명 많은 스리백이 좀 더 수비적인 전술로 이해되지만 현대 축구 들어 개념이 조금 달라졌다. 중앙수비 3명이 아니라 좌우 윙백 2명의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90분 내내 뛸 수 있는 활동량, 빠른 스피드를 가진 수준급 윙백이 있어야 공격과 수비를 넘나드는 수준 높은 스리백 전술을 펼 수 있다. 최는 몇 년 동안 붙박이 주전을 확정하지 못할 정도로 측면 수비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스리백 전술을 쓰기는 무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장현수(가운데), 홍정호(오른쪽), 정우영이 전반에 2실점을 허용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호주프=연합뉴스
장현수(가운데), 홍정호(오른쪽), 정우영이 전반에 2실점을 허용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호주프=연합뉴스

과도한 희생양 찾기 그만

최근 한국대표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중앙수비 장현수(27)가 일부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과도한 희생양 찾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드컵 최종예선 막판에는 김영권(28)이 표적이었고 요즘 들어 장현수로 옮겨온 모양새다. 특정 선수를 패배의 원흉으로 몰아세우는 여론몰이는 종종 있는 일이다. 잉글랜드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43)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르헨티나와 8강전에서 흥분을 참지 못하고 퇴장 당했고 팀이 패하자 극성스런 팬들로부터 역적 취급을 받았다.

장현수는 리더십을 갖췄고 전술 이해도가 뛰어나며 좋은 땅볼 패스 등 많은 장점을 지녔다. 공중 볼 경합에 다소 약해 북아일랜드와 경기에서 결승골을 허용할 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긴 했다. 김세윤 분석관은 “동영상을 수 차례 돌려봤다. 상대 공격수가 장현수가 못나오도록 철저히 등을 진 뒤 빠져나갔다. 수비가 못했다기보다 공격이 잘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실점의 빌미를 장현수가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에 대한 비난이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국 축구 자원은 한정돼 있다. 장현수보다 더 나은 수비수가 있는데 신 감독이 활용하지 않는다면 문제겠지만 대부분 전문가들도 현재로서는 김민재(22)-장현수의 중앙수비 조합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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