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공장 폐쇄 결정 후 2명 사망
군산 심리지원 센터엔 상담 ‘0건’
예산 집행도 감감… 홍보도 안돼
조선업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2016년, 정리해고와 협력업체 줄도산의 칼바람이 휩쓸고 간 대형 조선업체 인근지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수가 1년 만에 두 배로 급증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GM이 공장 폐쇄를 결정한 전북 군산시에도 위험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쌍용차 사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이 자살로 이어진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감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 조선소가 있는 세 지역에서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수는 2015년보다 50~10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시는 자살자 수가 2015년 53명에서 2016년 90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6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이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는 35명에서 53명으로, 2016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현대삼호중공업이 있는 전남 영암군은 13명에서 27명으로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이 수치가 1만3,513명에서 1만3,092명으로 소폭 줄어든 것과는 반대 움직임이다. 세 지역 모두 2015년에는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이 전국 평균(26.5명)보다 낮은 19.1~22.4명이었지만, 2016년에는 28.6~47.3명으로 증가해 전국 평균(25.6명)을 웃돌았다.
한국GM이 지난달 공장 폐쇄를 결정한 군산시에도 위험 신호가 켜졌다. 오는 5월말 희망퇴직이 확정된 한국GM 군산공장 생산직 직원 A(47)씨가 지난 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앞서 한국GM 부평공장 근로자 B(55)씨도 희망퇴직 승인 통보를 받은 당일(이달 7일) 숨졌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군산은 현재 자살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 “공장 폐쇄가 근로자 본인과 가족, 협력업체 직원, 인근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지역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할 당시 복지부 등에선 지원대책에 자살예방 대책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우선 순위에 밀려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8일 군산과 성동조선이 있는 경남 통영시 등을 대상으로 마련된 지역산업 구조조정 지원 대책에는 그나마 군산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자살 예방 대책이 담겼으나 미흡하다는 평이다. 평소 주2회 제공하던 전문 심리상담사의 상담 서비스를 주5회로 늘린다는 내용인데 이를 위한 예산 2,200만원이 집행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센터는 지난달 초부터 지금까지 한국GM 관련 상담 건수가 한 건도 없을 정도로 근로자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국GM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알리고 홍보 설명회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인아 교수는 “센터에서 실직 근로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관련 종사자 전원과 접촉하는 것을 목표로 ‘찾아가는’ 긴급 심리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구조조정 예상지역에선 동주민센터와 보건소 등 관공서와 1차 의료기관 등이 연계해 전방위적인 자살 예방 활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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