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언급 삼가던 北 매체
과거 관행 깨고 적극적 보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집권 뒤 첫 해외 나들이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도 동행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부부 동반 외교는 이례적이다. ‘퍼스트 레이디’ 대동이라는 일반적 정상(頂上) 외교 공식을 따름으로써 ‘정상(正常) 국가’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5~28일 김 위원장 방중 기간 리설주가 동행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여러 번 김 위원장과 리설주를 함께 언급했다. 김 위원장 부부가 탄 특별열차가 중국 단둥에 도착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의 영접을 받았을 때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도착했을 때 등 상황을 묘사하면서다. “김정은 동지와 리설주 여사를 환영하는 의식이 26일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히 거행되었다”거나 “최고 영도자 동지(김 위원장)께서와 리설주 여사께서는 습근평(시진핑) 동지와 팽려원(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으시었다”는 식이다.
방송 영상이나 사진 속에서도 리설주는 김 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펑리위안 여사 등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다.
북한 매체가 최고지도자의 외교 행보와 관련해 부인의 역할을 강조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네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ㆍ러시아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지만 이 사실을 북한 매체가 전한 적이 없고, 대외 행사 참석 사실을 언급하더라도 국방위원회 과장 같은 직함을 그에게 붙여 최고지도자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런 관행이 사라졌다. 각종 대내ㆍ외 행사에 김 위원장이 리설주를 대동하는 일이 흔해졌고, 대북특사단이 방북했을 때도 리설주는 김 위원장과 나란히 나와 영접을 했다. 지난달 8일 열린 건군절 열병식 보도 이후 북한 매체는 ‘동지’ 대신 ‘여사’라는 호칭을 리설주에게 붙이고 있다.
이는 정상 국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선전술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국가 수반 부부가 함께 해외 순방을 떠나거나 외빈을 맞는 게 일반적인 외교 공식이 된 지 오래”라며 “핵무기를 갖고는 있지만 북한이 평화롭게 다른 나라들과 공존 가능한 지독히 정상적인 국가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게 부부 동반 외교의 목적”이라고 했다. 더불어 선대에 비해 아직 부족해 보이는 김 위원장의 권위를 리설주가 보완해 주고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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