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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문도 먼저 제안… 연이어 강대국 허찌른 김정은 파격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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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문도 먼저 제안… 연이어 강대국 허찌른 김정은 파격 외교

입력
2018.03.28 17: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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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중국에 먼저 알리는 게 도의”

남북미로 굳어가던 구도 변화 줘

평창올림픽 참가 깜짝 발표부터

김여정 특사, 남북정상회담 제안

북미 이어 북중 정상회담까지

30대 외교 초보가 협상전 주도

정부도 예측불허 외교에 ‘당황’

김정은(왼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는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는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금 세계의 이목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행보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와 너무 대조적인 대남 유화 메시지를 담은 신년사부터, 올 들어 그가 내놓고 있는 외교 카드들이 하나같이 선제적이고 허를 찌르듯 파격적인 것들이어서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한반도의 운전대가 30대 젊은 북한 지도자에게 넘어간 형국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25~28일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전격 성사된 북중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파격이었다.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중일과 한미, 미일 정상 간 만남은 가시권에 들어와 있었지만, 북중 정상회담은 예상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으로 북중관계가 악화일로였던 데다,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의 남북미 3각 구도 진행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북측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 동향은 사전에 알아챘다는 설명이지만, 정상 간 만남까지는 예측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중의 공식 발표 전날 저녁까지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방중 인사 파악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당장 29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강력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다.

김 위원장 방중은 북측 제안으로 성사됐다. 28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오찬 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셨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현재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정의상, 도의상 제때 시 주석에게 직접 와서 통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중국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 ‘결단’으로 남북미 중심으로 굳어가던 한반도 대화의 판이 한미, 북중 구도로 바뀔지도 모르는 기로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이번 방중 전까지 김 위원장은 집권 뒤 6년여 동안 외국을 방문한 적도, 정상회담에 나선 적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 정세 변곡점을 만들고 있는 쪽은 김 위원장이다. 신년사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깜짝 발표하더니,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내려 보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대북특별사절단에게는 북미 정상회담을 하자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도록 했다. 어마어마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먼저 판을 그려놓고 상대를 끌어들임으로써 협상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가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작 한반도 운전대를 쥐고 있는 이가 지난해부터 해빙 분위기 조성에 온 힘을 기울여 온 문 대통령이 아니라 김 위원장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 “북한의 로드맵과 의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급하게 내린 결정이라기보단) 계획표에 따라 이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이미 계산을 끝내놓고 게임판에 뛰어들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북중과 남북을 거쳐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월에 벌일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판가름하는 결정적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에 앞서 러시아를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해 북러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협상의 판을 누가 주도하느냐를 두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기 싸움이 바야흐로 본격화하는 모양새”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김정은 캐리커처. 배계규 화백
김정은 캐리커처. 배계규 화백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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